LA 다운타운을 지나다보면 특이한 모양의 은색 건물을 보게 된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이다. 지난 3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가운데 새 주인이 입성했다. 28살의 베네수엘라 출신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이다.
디즈니 홀 외벽에는 새 주인의 입성을 알리는 대형 배너도 걸렸다. ‘PASION(열정) Gustavo’라는 타이틀과 함께 지휘봉을 들고 몸을 한껏 뒤로 젖힌 곱슬머리의 두다멜. 그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그의 음악에 푹 빠져들 것 같은 느낌이다.
LA필의 사령탑 자리는 우리에게 늘 신선한 충격을 주곤 했다. 1992년 34살이었던 살로넨이 LA필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도 그랬다. 무대 위에서 춤을 추는 살로넨의 모습은 우리 모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고, 그의 열정대로 LA필은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런 LA필이 이번에는 한 술 더 떠, 또 한 번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서른도 안 된, 그리고 영어도 잘 못하는 라틴계 구스타보에게 지휘봉을 넘긴 것이다.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게 된 두다멜, 그는 장차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사뭇 궁금해진다.
LA필이 예상 밖의 선택을 하며 변화를 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LA 시민들과 세상을 향해 던지는 메시지, 그것은 클래식 음악의 ‘부흥’이다. 바렌보임이나 아바도같은 세계적인 지휘자를 영입해 기존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평행이동’ 보다는 클래식이 생소한 어린 학생과 젊은층, 그리고 LA에 살고 있는 수많은 라티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새로운 클래식 인구를 만들어 내겠다는 ‘수직이동’의 욕망이다.
“클래식 음악은 죽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클래식 음악의 종말을 볼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종종하곤 한다.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음악가로서 이런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 하지만 솔직히 불안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클래식 음악의 부활을 위해 음악가들은 크로스 오버와 같은 장르를 만들어 내고, 클래식과 팝의 만남, 혹은 전자 음향을 이용한 클래식 음악 등 다양한 장르를 만들어 변화를 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시점에서 두다멜의 출현은 클래식 애호가들에게 희망을 준다. 디지털 시대인 지금 LA필과 그는 여러 모양으로 젊은 층에 다가서고 있다. 벌써 LA필 공식 웹사이트(http://www.laphil. com)에서는 두다멜의 지휘 게임인 ‘BRAVO GUSTAVO’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과 마이 스페이스를 통해 ‘새 친구‘들을 사귀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전 세계에 전파될 인터넷 공연 생중계나 iPod과 iPhone 시장을 겨냥한 그들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클래식 음악이 대중에게로, 특히 젊은 층에게로 성큼 다가설 수 있는 개혁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지난 3일 할리웃 볼에서 열린 그의 환영 콘서트에서 보여주었던 세계 인종의 화합을 다시 한 번 다짐하듯 9, 10, 11일 첫 정기공연에서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작곡가 진은숙의 ‘SU’와 말러의 1번 교향곡을 연주했다.
클래식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나는 매일 꿈꾼다. 우리 자녀들의 iPod에 바흐와 헨델의 미사곡들이, 베토벤의 교향곡들이 들어갈 날을. 쇼팽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동방신기의 댄스 뮤직과 나란히 실리는 그날이 오길 말이다.
클래식이 많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 천천히, 그러나 깊이 다가갈 그 날을 기대하며, 나는 또 한 번 젊은 음악가에게 기대를 걸어본다. 구스타보, 파이팅!!
앤드루 박 / 음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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