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의회 상하 양원의원들을 보면 자기의 지지세력 들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이들이 없다. 사실 자기 지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다보면 선거자금도 나오고, 선거철에 도움도 받아 당선도 되고, 그렇게 되는 것 이 그들의 살아가는 패턴이다.
이것 말고도 민주공화 할 것 없이 그들 사이의 공통점이 있다. 세수로 들어오는 돈들은 많을수록 좋고, 많아야 자기 지지세력 들에게 선심 쓸 먹거리가 많아진다는 철칙이다.
캘리포니아의 주정부예산이 이 모양이 된 근본 이유는 간단하다. 세수의 근간인 소득세율이 전국에서 제일 높은데, 주의 고소득자들 (주 전체인구의 1%)이 전체 세수의 절반을 담당한다. 고소득자들의 수입은 경기부침의 영향에 민감해서, 닷컴 버블 같은 좋은 세월에는 높은 수준이니 주정부의 세수도 높다.
그런데 세수가 높을 때 이 남는 세수입을 적립해서 비올 때를 대비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지지 세력에 인기 있는 쪽으로 마구 써버린다. 민주당의원들이 특히 심하지만 공화당의원들도 책임이 크다.
그런데 경기가 하강 사이클에 접어들면 고소득 납세자들의 수입이 급격히 줄어드니 주정부의 세수도 급격히 줄어든다. 그러나 세수가 줄어든다고 주정부의 한번 올려놓은 지출은 쉽게 줄일 수 없다. 예를 들어, 특히 저소득층 어려운 주민들에게 가는 지출은 생계와 직결된 성격이라 쉽게 줄일 수가 없다. 그러니 수입과 지출 사이의 간격을 경기하강 시기에는 감당하지 못하고 지금 우리가 보는 저 난리를 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문제는 하루아침에 생긴 것도 아니고, 위에서 보듯이 항상 예견 가능하다. 만일 1996년부터 지금까지 가주의 인구증가율과 인플레율만큼만 주정부세출을 올렸더라면 지금 주 예산은 균형예산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니 언젠가는 주정부차원에서 한번은 근본적으로 지금까지의 무책임한 마구잡이 낭비의 패턴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마침내 그 시작이 이번에 나온 가주 21세기 경제위원회의 리포트다. 자세한 말씀을 드리려면 많은 시간이 들지만, 한마디로 가주 한인여러분들에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 리포트는 양당에서 추천한 위원들을 같이 뽑았는데도, 그들이 일을 잘해서 편견 없이 해결책을 도출한 좋은 리포트이다. 그 내용은 정말 좋고 미래 지향적이다.
우선 개인소득세 제도를 단순화 하고, 9.3%의 최고세율을 6.5%로 줄이고, 거의 모든 가주납세자들이 25-30% 정도로 감세가 되도록 했다. 가주의 법인소득세와 일반재정에 전용되는 판매세를 폐지하고, 4% 한도로 비즈니스들의 순거래 수익에 새로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를 신설해서 위에서 줄인 세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 호황 때 흥청거리고 쓰고, 불황 때 지금처럼 난리를 치지 않도록 주정부 세수입의 경기 사이클 대비 안정화를 기할 수 있게 고안된 이 제도는 조그만 단점들이 여기저기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무책임한 조세제도보다 월등히 낫다.
지금의 제도는 이제 더 이상 그대로 쓸 수가 없다는 가정아래에서 우리가 이 새로 제안된 제도를 보면, 이제 비즈니스들이나 고소득자들이 가주를 떠나고 (참고로 여러분들은 타이거 우즈가 프로가 되자마자 가주에서 떠나 주소득세가 없는 플로리다로 주소지를 옮긴 것을 생각하면 된다), 그들이 떠난 자리를 메우려니 남은 이들의 세율을 더 올려야하는 지금의 악순환을 막는 좋은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책임감 있는 재정정책은 주정부의 지출을 억제하고 들어오는 세수입만큼만 쓰면 된다. 높은 주정부지출의 마약 같은 단맛에 빠진 주 의회 의원들이 세수확장에만 몰입하는 경제적 자살행위를 계속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지금의 세입 소스는 그냥 둔 채 새로운 세입의 소스로 부가가치세만 추가로 도입하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짓을 할 가능성도 있지만, 무책임한 그들이 어느 날 좋은 마음들이 되어 먼 훗날까지 주정부의 세제개선이 되는 이제도를 통과시키는 기적이 생길지, 우리 두고 보자.
이종열 /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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