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소득 1인당 1만달러 돌파, OECD 가입국가, 세계적인 IT 강국, 전 국민 대상 사회복지정책… 이렇게 눈에 보이는 기준으로 보았을 때 한국은 이미 선진국인 것 같다.
2009년 OECD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평균 수명으로 보나 영아 사망률로 보나 미국에 비해 낫다. 또한 가구당 인터넷 사용은 2001년 한국이 가입국가들 중 1위를 기록하였다.
오래 전에 한국을 떠나 미국에 이민 온 사람들은 한국에 한 번 다녀오고 나서 한국이 너무 살기 좋아졌다고 칭찬이 대단하다. 나 또한 한번 다녀오면 발 빠른 서비스와 눈에 띄는 친절로 느리고 답답한 미국의 서비스가 한동안 한심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이다.
하지만 선진국은 이렇게 눈에 보이는 지표들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 같다. 사회 전반의 시민의식, 사람을 대하는 마음가짐, 약자에 대한 태도는 자로 재듯 밝히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로 대표적인 아이들에 대한 보호와 아이들과 연관된 사건, 사고를 다루는 태도는 대표적인 예가 된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혼자 거리를 활보하거나 집에 혼자 있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다. 그러나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12~13세 이하의 어린이가 혼자 집에 있는 것은 불법이며, 혼자 길을 걸어 다니는 것도 안 된다.
환경에 따라 생활방식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어디가 옳고 그르다고 판단하기는 어렵긴 하다. 중요한 것은 어린이를 상대로 한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다. 한국은 지금 해마다 아동성범죄가 증가하고 있고, 그 죄질도 더욱 험악해지고 있다. 그런데 아동을 상대로 성적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한 처벌이 생각보다 관대해서 아이를 둔 부모들을 더욱 답답하게 만든다.
요즘 한국과 미주 한인사회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나영이 사건을 봐도 그렇다. 8세의 여자아이가 57세의 남자에게 무지막지한 성폭력을 당해 나영이는 더 이상 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러나 범죄자에 대한 처벌은 술에 취했다는 점이 오히려 참작되어 불과 12년이라는 형량을 받았다고 한다.
13세 이하 아동에게 성범죄를 저지르면 무조건 무기징역에 처하는 법을 제정하고, 알콜 등 범죄를 쉽게 하는 물질을 사용한 경우 형량이 높아지는 영국과, 피해자가 16세 미만이면 가중, 12세 미만이면 거듭 가중이 행해지는 미국과 확실히 비교된다. 특히 미국은 1994년 뉴저지에서 발생한 7세 여아 매건의 성범죄, 살해사건을 계기로 성범죄자의 신상이 완전히 공개되는 매건법을 채택하여 제2의 범죄까지도 차단하고 있다.
한국은 빠르게 발전하고 빠르게 변한다. 기술은 좋아지고 서비스도 향상된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태도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근본적인 생각은 느리게 변화되는 듯하다. 미국에는 없는 ‘어린이 날’이 있어서 한국의 아이들은 그 날이 기다려진다. 반면 한국에는 ‘아동 성폭력 추방의 날’도 있어 아이들이 위험에 처해 있음을 대신 말해 준다.
한국이 더욱 힘을 갖고 당당하려면 약자를 우선 보호하고, 약자를 해친 죄 앞에서 법이 보다 강해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인 동의, 제도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진정한 선진국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유정민 /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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