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헤더 허낸데스는 쿠폰을 잔뜩 들고 수퍼마켓에 들어가 160달러어치의 물건을 샀지만 낸 돈은 30달러밖에 안 된다. 휴스턴의 가정주부로 쿠폰을 열심히 모으고 있는 그녀는 “경기가 이런 때 누구나 돈을 아껴 쓰고 싶어한다”며 “10대부터 할아버지까지 모두가 쿠폰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이 디지털 시대인지는 모르지만 쿠폰에 관한한 누구나 100년이 넘은 옛날 방식을 사용한다. 즉 종이 쿠폰을 쓰는 것이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쿠폰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불경기는 부유층과 젊은 층 같이 과거 사용을 꺼리던 사람들까지 쿠폰을 찾게 만들고 있다.
저소득층·중산층에 젊은 층·부유층도 가세
90년대 초 피크 후 감소하다 작년부터 증가
프란시스코의 소비 심리학자인 킷 얘로우는 “소비 풍조가 만연했을 때 쿠폰은 별 인기가 없었다‘며 ”그러나 요즘처럼 싸게 사는 게 유행일 때 쿠폰은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인들의 쿠폰 사용은 1992년 불황이 끝나면서 피크를 이뤘다. 쿠폰 처리 회사인 인마에 따르면 이 때 사용된 쿠폰 총액이 79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다 2006년 26억 달러로 떨어졌다 2008년까지 침체를 면치 못했다.
경기가 나빠지고 소비 심리가 추락하면서 2008년 4분기 쿠폰 사용은 전년에 비해 10% 증가했다. 쿠폰 사용이 는 것은 90년대 초 이후 처음이다. 올 상반기 쿠폰 사용은 23% 증가했다. 사용 총액은 16억달러로 인마는 올 총 사용액수가 3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과거 사용을 꺼리던 사람들도 점점 더 쿠폰을 이용하고 있다. 지식 네트웍 연구소의 선임 부사장인 닐 헤퍼낸은 “과거 이를 잘 사용하지 않던 사람들마저 작년에 비하면 쿠폰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올 1~2월 통계를 보면 젊고 독신으로 쿠폰 사용으로 절약하는 것이 별로 없는 층도 전년보다 14% 더 많이 쿠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50년대 말에서 60년대에 태어난 부유층 소비자들의 쿠폰 사용도 13% 증가했다. 닐슨 조사도 연소득 7만 달러 이상 고소득층의 쿠폰 사용이 크게 늘어났다.
인마 마케팅 디렉터인 매슈 틸리는 부유층 이용자가 가장 많이 늘어났으며 이들이 주로 레드플럼닷컴이나 쿠폰스닷컴 같은 웹 사이트를 통해 쿠폰을 인쇄해 사용하는 그룹이라고 밝혔다.
올 상반기 쿠폰을 프린트 해 사용하는 숫자는 전년에 비해 308%나 증가했다. 틸리는 “쿠폰 사용이 경기가 최악이라는 뉴스가 나온 것과 때맞춰 늘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이는 소비자들의 성향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간단하게 살려고 한다는 것이다.
쿠폰 사용이 늘어난 것은 업소가 쿠폰 혜택을 많이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틸리는 작년 쿠폰의 가치가 9%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 가치는 조금 줄어들었지만 소비자들의 사용이 늘었기 때문에 이는 판매에 별 영향을 주지는 않고 있다.
제조업자들의 쿠폰을 받고 있는 BJ 호울세일 클럽의 대변인 켈리 맥폴스는 “이것이 요즘의 세태”라고 말했다. BJ 자체 쿠폰이나 제조업자 쿠폰을 이용, BJ에서 샤핑을 하는 고객도 늘어났다.
웹이나 셀폰을 이용하는 전자 쿠폰 사용자도 늘고 있다. 올 상반기 1,000만장의 전자 쿠폰이 사용됐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25% 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종이 쿠폰이 대세다. 전자 쿠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쿠폰 중 0.5%도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소비자들이 전자 쿠폰에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또 대다수 업체들은 신문 광고지에 쿠폰을 끼워 넣는다. 올 상반기 식품 쿠폰은 전년에 비해 29% 증가했다. 틸리는 “누구나 먹어야 하기 때문에 식품 판매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 심리학자들은 종이 쿠폰이 인기가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종이를 잘라내는데 수고를 더 해야 하기 때문에 쿠폰 이용자들이 소비자들보다 더 약다고 생각한다는 것.
얘로우는 “절약하기 위해서는 물건을 사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아무 것도 하지 않아야 할 때가 많다”며 “쿠폰을 자르는 것은 절약을 하기 위해 뭔가를 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알뜰 족에게 어필 한다”고 말했다.
일부 소비자들은 셀파이어 같은 전자 쿠폰 서비스에 대해 알기는 하지만 프라이버시와 안전 문제 때문에 이용을 꺼리고 있다. 얘로우는 “ATM 사용이 보편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처럼 전자 쿠폰이 일반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쿠폰 사용자들은 이를 돈 절약 게임이라고 생각하며 웹 사이트를 만들어 정보를 교환하기도 한다. 전략 중 하나는 가게에서 그 상품을 세일 할 때까지 쿠폰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다. 쿠폰으로 장보는 돈을 반으로 절약하는 이들은 언제 어떤 물건이 세일 하는지 광고지를 보고 파악해 세일하는 물건에 쿠폰까지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쿠폰 사용 전문가인 뉴욕 스카스데일의 수전 샘터는 “어떨 때는 물건 값을 거의 0까지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쿠폰 사용이 너무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라고 말하지만 애용자들은 습관의 문제라고 답한다. 쿠폰을 아무데나 처박아 두지 말고 종류별로 잘 정리해 샤핑 리스트에 꽂아두며 항상 가위를 가지고 다니다 쿠폰이 보이면 아무데서나 잘라야 한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따지지 말고 싸면 무조건 사는 것도 좋은 절약 방법이다. 또 기간이 지났더라도 점원에게 꼭 쓸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가끔 그냥 받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물어서 손해날 것은 없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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