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8개월 전 수 천 명의 중국 노동자는 세계 경기 침체로 문 닫은 공장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 공장 중 상당수가 문을 다시 열고 사람을 뽑고 있다. 일부에서는 크리스마스 특수에 맞춰 임시직 종사자를 뽑느라 골치를 앓고 있다.
미국과 달리 금융 환율 정부 개입 효과 커
실물 경기 호전에 부동산 주식 광풍 재연
실직 노동자가 다시 일자리를 찾아 돌아오는 모습은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고는 하나 실업자가 계속 늘고 있는 미국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중국에서는 미국과 유럽 수출에 의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공장마저 다시 사람을 채용하고 있다. 여기서 일자리 없는 경기 회복을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부동산마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최근 상하이 북쪽으로 90마일 떨어진 한 공장 지대인 로즈 가 아파트 분양 때는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기다렸다. 많은 사람들은 판매 사무소 앞에서 밤을 새기도 했다. 이중 한 명인 34살 난 주부 시잉이는 “경제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며 “이제 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 자신감은 중국 정부의 세 가지 정책에서 나오고 있다. 경기 부양안과 금융 확대, 수출 지원이 그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은 2분기 경제가 연율로 14.9% 성장했다고 밝혔다. 미국 경제는 같은 기간 1% 줄어들었다.
중국 유럽 국제 비즈니스 학교의 경제학자인 수샤오니안은 “중국과 미국은 종종 같은 처지에 있는 것처럼 취급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물론 두 나라가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미국 경제가 살아나지 않으면 중국 경제도 위축될 수 있다. 중국은 상품을 사줄 미국이 필요하고 미국은 돈을 꿔줄 중국이 필요하다.
이런 상호 의존 때문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중국 산 타이어와 미국 닭고기, 자동차 부품 분쟁이 무역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보다 중앙 집권적인 중국은 경기 부양 자금을 새 철로와 고속도로를 놓는데 보다 빠르게 사용하고 있다.
중국 재무부는 지난 6월 1,730억달러에 달하는 중앙 정부 경기 부양 자금의 절반이 이미 지출됐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미국은 7월 현재 7,890억달러의 자금 중 1/4만이 지출된 상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효과적인 중국의 경기 부양 정책은 대출 규제 완화와 수출 보조다. 미국 은행이 타격을 입는 동안 별 피해를 입지 않은 중국 은행은 올 7월 동안 1조2,000억달러의 신 규 융자를 소비자와 기업들에 해줬다. 이로 인해 자동차 판매와 공장 건설이 활기를 띄고 있다. 8월 자동차 판매는 전년에 비해 82%가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또 수출업자들에게 세제 혜택 등 엄청난 보조를 해주고 있다. 수입을 규제하는가 하면 중국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환율 시장에 개입, 화폐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고 있다. 우시 지방정부는 올 마지막 3개월간 수출을 늘리는 기업에게 14만6,0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물론 일자리를 잃었던 근로자들이 모두 직장을 되찾은 것은 아니다. 1,000만명의 중국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공장을 대표하는 홍콩 기업 연합의 부회장인 스탠리 라우는 “20~30%를 감원했던 공장이 10%를 다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중국의 올 7월간 수입량은 14.2% 감소하는데 그쳤다. 이는 다른 지역이 32.6%나 줄어든 것에 비하면 양호한 것이다. 같은 기간 이미 세계 최대의 무역 흑자국인 중국의 흑자액은 1,080억달러에 달했다.
우시 바오라이 배터리 회사의 판매 담당 매니저인 구펑은 “올 후반기 판매가 전반기보다 확실히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중국 은행의 자본이 튼튼한 것도 융자액 늘리는 것을 쉽게 했다.
중국 은행은 정부가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대출을 3년간 규제하는 바람에 금융 위기가 터졌을 때 충분한 자본이 있었다. 규제가 풀리면서 정부는 오히려 융자를 해주도록 독려했다. 그 결과 올 7개월간 융자액 증가분이 지난 2년간보다 많아졌다.
미국에서는 올 상반기 융자 총액이 2,490억달러 줄었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3.2% 감소한 것이다. 미국은 납세자 돈으로 은행들을 구제하기는 했으나 중국처럼 은행에게 대출을 해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중국 은행들 융자금의 1/3이 부동산과 주식으로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은 기업 투자에 쓰여졌으며 이것이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중국의 환율 및 수출 진흥 정책은 효과적이지만 미국이 모방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환율 개입으로 렌민비는 지난 14개월간 달러에 대해 거의 오르지 않았으며 유로화에 대해서는 지난 3월 이래 18%나 하락했다. 중국 정부는 또 경기 부양 자금으로 자국산 물건이 있는 경우 외국산 수입 대금을 지불하는 것을 금했다. 미국은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펴기는 했으나 이보다 강도가 약했다.
그러나 중국의 이런 정책이 나중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너무 많은 돈이 갑자기 풀리는 바람에 정부 투자 프로젝트와 관련 부패가 심화될 우려가 있다. 또 이는 터지면 경제와 은행에 타격을 줄 버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스탠더드 은행의 홍콩 책임자인 벤저민 헝은 이 많은 돈을 풀면서 중국 은행들이 “얼마나 조심스럽게 행동했는지 한번 상상해 보라”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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