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세 엘린 레이 할머니
50년 전 남편이 찍은
컬러사진 화폭에 담아
뉴포트비치에 거주하는 80대 백인 할머니가 작고한 남편이 50여년 전에 찍었던 한국전 종전 직후(1953~54년)의 사회상을 담은 컬러 사진들을 수채화에 담아 전시를 준비하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2년 전 남편과 사별한 엘린 레이(86) 할머니는 한국전쟁 당시 미군 기록관(reports writer)으로 복무하고 있던 남편 샘 레이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다리 밑에서 빨래하는 여인들’ ‘헌 군용품을 판매하는 구멍가게를 지나가는 할아버지’ ‘벼농사 짓는 여인’ ‘헌 군용품 파는 가게’ 등 5점의 슬라이드를 발견하고 사진으로 인화해 수채화로 그리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중에서 3점은 이미 완성했다.
이 사진들에는 갓 쓰고 흰 한복을 입고 지팡이를 짚으면서 걷고 있는 한 한국 할아버지의 모습과 흰 고무신을 신고 있는 아낙네, 냇가에 모여서 빨래를 하고 있는 여인들, 전쟁 후 군용 철모를 비롯해 헌 군용품들을 쌓아놓은 점포를 비롯해 50년대 초 한국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엘린 레이 할머니는 “남편은 미군으로 2차 대전부터 한국전·베트남 전쟁까지 참전하고 20여년 동안 몸담았다”며 “남편을 추모하고 한인들에게 한국전 당시의 사회상을 알려주기 위해서 수채화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수십년 전 패사디나 시티 칼리지, 와이오밍 대학교에서 아트를 전공한 레이 할머니는 현재 뉴포트비치 노인센터에서 수채화를 공부하면서 남편이 찍은 사진들을 화폭에 담고 있다. 그녀는 한국 사진 이외에도 베트남 전 참전 당시 남편이 찍은 사진 몇 점도 수채화로 남겨놓을 예정이다. 이 작품들이 모두 완성되면 아담한 전시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남편과 함께 64년 동안 살면서 한국을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레이 할머니는 50년대의 모습을 담은 남편의 사진들을 한인들이 많이 보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녀는 한인들의 반응이 좋을 경우 이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려놓을 생각이다.
<문태기 기자>
엘린 레이 할머니가 50년대 초 한국의 모습을 담은 남편의 사진으로 그린 수채화 2점을 들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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