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인터넷상 사적인 공간에 남겼던 한국 비하 글이 뒤늦게 문제가 되자 전격적으로 인기 아이돌 그룹을 탈퇴하고 고향인 시애틀로 돌아온 박재범군이 현재 극심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범군 부친의 친구인 시애틀 한인 김모씨는 최근 한국의 언론사로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재범이가 밖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할 정도로 공황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얼마 전 재범이 아빠와 맥주를 마셨는데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며 재범이가 불쌍하다고 얘기 하더라”고 말했다. 재범군 가족이 겪고 있을 고통이 어느 정도 헤아려진다.
한국의 연예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한국 진출은 연예인을 지망하는 수많은 재미 청소년들의 꿈이 돼 왔다. 어쩌다 한 번씩 열리는 오디션에는 수백 명의 청소년들이 몰리고 있으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청소년들은 혹독한 수련을 거친 후 연예계에 데뷔하는 수순을 밟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연예인, 특히 인기가수로 성장한 재미 출신들이 상당수에 달하며 재범군은 그런 젊은이 가운데 하나였다.
한국 대중 문화계에서 활약하는 재외 한인의 대부분은 미국 출신이다. 이들이 자유롭게 구사하는 영어와 어딘가 본토스러운 랩은 대중문화의 가장 열렬한 소비층인 청소년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강점이다. 기획사들은 앞 다투어 재미 청소년들을 영입, 문화적인 아이콘으로 만들어냈다. 이들은 채 철이 들기도 전에 대중의 소비를 위해 수입되고 만들어진 ‘어린 문화노동자’라고 보면 정확하다. 이들에게서 춤과 노래 이상의 무엇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재범군이 4년 전 연습생 시절 인터넷에 남긴 글의 내용도 그렇다. 굳이 문제 삼자면 분명 문제의 소지가 있지만 가치관과 인성이 채 형성되지 못한 18세 청소년의 푸념 정도로 보면 그리 심각한 내용도 아니다. 그런데도 재범군의 글은 의미를 과장한 오역이 더해지면서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발언으로 덧칠됐다.
뉴욕에 거주하는 한 1.5세는 인터넷에 올린 글을 통해 “단 하나뿐인 모국이 이런 식으로 교포들에게 돌을 던지면 우리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돼 버린다”고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겨울방학에 아이들을 한국에 보내 한국문화를 공부시킬 계획이었던 주변의 한인 엄마 여러 명이 “무서워서 어떻게 아이들을 보내겠느냐”며 계획을 취소했다고 들려준다.
재범군 사태는 불행한 일이지만 이것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사회가 좀 더 성숙한 사회로 나가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일은 재범군 개인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성장통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재범군 부친의 친구는 이메일에서 “재범이가 정상 가도를 달리던 지난 8월 초 시애틀에 휴가차 왔다가 말썽 피우는 동생을 앞에 놓고 ‘형도 너 같이 놀고 싶은데 왜 이 고생하고 있는 줄 아니? 다 너 때문이고 부모님을 위해서인데 넌 왜 이렇게 생각이 없니?’라고 눈물을 흘리며 꾸짖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지금의 재범군은 철없는 말을 하던 4년 전의 어린 아이가 아니다.
잘못에 대한 진솔한 사과와 관용으로 사태가 잘 수습돼 빠른 시일 내에 그의 역동적인 춤과 노래를 다시 한번 보고 들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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