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지 1년째 되는 날이다. 지난해 9월15일 리먼브라더스가 파산, 처리되던 날, 뉴욕 월스트릿은 공포에 떨었다. 남은 금융기관들도 하나 둘 문을 닫거나 대수술이 예고되면서 월가 금융가들의 수백만~수천만달러짜리 연봉 시대도 끝났다고들 얘기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1년, 월스트릿은 여전히 지난해 가을 금융 시스템을 혼돈으로 내몰았던 것과 본질적으로 같은 방식으로 돈을 벌고 쓰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월스트릿은 살아남았다’는 말로 이 분위기를 전했다. 한인은행권에게도 지난 1년간은 손실운영과 구조조정, 미래은행 폐쇄 등 시련의 계절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신호탄 ‘공포’도 한때
고위험 투기상품 투자 관행 바뀐게 없어
근본 개혁 미완성… ‘모럴 해저드’ 우려
한인은행들은 구조조정 체질개선의 기회
▲월스트릿 악습 여전히 존재
리먼브라더스의 파산 신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신호탄이었다. 물론 ‘피상적인’ 변화는 있었다. 거대 은행들이 시장에서 퇴출당했고, 수만개의 일자리가 날아갔다. 무디스이코노미닷컴에 따르면, 월스트릿은 지난 한 해 동안 2만9,800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전체 인력의 10.5%다. 일부 은행들은 대출과 보증에서도 예전보다 신중해졌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금융 위기의 화근이었던 월스트릿의 높은 수익을 노리고 고위험 증권 상품에 투기적으로 몰리는 관행은 근본적으로 바뀐 게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위기 중에 잠시 숨을 죽였을 뿐이다.
수백억달러의 연방 구제금융으로 목숨을 건졌던 골드만삭스와 JP모건체이스는 납세자들의 돈을 담보로 고위험·고수익 투자에 다시 손대기 시작했다.
▲근본적인 금융개혁 미완성
금융권에선 그래서 ‘모럴 해저드’를 가리키는 ‘I.B.G.’란 신조어가 생겨났다. 고위험 투자상품으로 투자자를 끌어들였다가 거래 수익이 나빠지면 두둑한 보너스만 챙긴 후 ‘나는 뜬다’(I’ll be gone)라는 문장에서 머리글자를 땄다.
전문가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막대한 돈으로 금융권을 ‘구제’는 했지만, 근본적인 개혁을 못해 이들 은행의 수명만 연장했다고 비판한다. 고위험 파생상품은 여전히 정부의 규제 밖에 놓여 있고, 은행들은 여기에 몰린다.
▲한인금융권도 일제히 고전, 구조조정 진행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야기된 금융위기로 인해 지난 1년간 상대적으로 규모가 미약한 한인 금융권도 일제히 부실대출 급증과 실적 악화, 자본비율 악화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오로지 앞만 바라보고 달려왔던 한인 은행권도 지난 1년은 시련의 시절이었다. 대다수의 한인은행들이 적자운영을 하고 있고 미래은행이 강제폐쇄되기도 했다. 한인은행들마다 자본 건전성을 통한 유동성 강화가 경영의 가장 중요한 잣대로 자리를 잡았다. 유재환 중앙은행장은 “지난 1년이 한인은행들에게는 분명 시련의 계절이었지만 체질개선과 구조조정을 통해 은행의 조직이 새롭게 정비되고 경쟁력이 강화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 숫자로 본 리먼 파산 1주년
▲-46% = 리먼붕괴 후 지난 3월까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하락한 비율. 사실 위기는 리먼 붕괴 이전부터 시작됐다. 2006년 주택가격이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08년 초부터 경제는 위축되기 시작했다.
▲-39.4% = 지난해 5월과 비교한 올해 5월 기준 승용차 판매량 하락률. 초과 공급으로 고전해 오던 자동차 시장은 2008년 말부터 판매 급감에 직면했다.
▲×3.1 = ‘공포 지수’로 불리는 빅스(Vix) 지수가 리먼 붕괴 6주 만에 치솟은 비율. 빅스는 시카고 선물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 지수를 뜻하며, 뉴욕증시의 변동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쓰인다. 리먼의 파산 보호신청 직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1.3% =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올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하락률. 대공황 이후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흔히 어느 한 국가의 경제가 성장하면 다른 곳의 불황을 상쇄하게 되지만, 이번 경제 위기는 동시 다발적으로 전 세계 각국에 타격을 줬다.
▲ 0~0.25% = 2008년 12월 이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적용한 정책 금리.
<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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