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여름방학이 시작될 때면 둥그런 원을 그리고 섹션을 나눠가며 하루 생활 계획표를 그리곤 했다. 그 계획표에는 밥 먹기와 독서, 일기쓰기가 빠지지 않는 항목이었다.
하지만 개학을 앞두고 밀린 일기를 하루에 몰아 쓰노라면 비로소 깨달아 지는 것이 있곤 했다. 방학 동안 생활 계획표를 전혀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다음 방학 때는 꼭 지키겠다고 수없이 다짐하지만, 다시 방학이 오면 또 다시 신나게 노느라 계획표는 까맣게 잊곤 했다.
이제 새 학기가 시작 되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더 이상 늦잠을 잘 수 없는 아쉬움과 지긋지긋한 숙제, 그리고 시험들 때문에 한숨을 짓기도 한다. 바쁜 스케줄 때문에 벌써부터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개학이 되면 바빠지는 건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백투 스쿨 샤핑을 다니며 새 옷, 새 학용품을 사주어야 하고, 자녀들의 학습을 돕기 위해 어떤 곳에서 무엇을 더 배우게 할까 새 학원들을 결정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작을 위한 ‘새 목표’를 아이와 함께 세워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 중 피아노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중학교 남학생이 있었다. 엄마의 권유로 마지못해 시작한 탓인지 피아노 레슨에 별 취미를 붙이지 못하던 아이었다.
그런 아이가 지난여름 나를 찾아와 악보를 하나 내밀었다.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가 ‘My Heart Will Go On’의 피아노 버전이었다. 아직 피아노와 별로 친해지지 않은 그 아이의 실력으로는 조금 어려울 듯 했다.
아이가 이 곡을 갑자기 연주하고 싶은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아이는 3주 후에 부모님과 함께 알래스카 크루즈 여행을 가는데 망망대해를 항해하며 선박 로비에 있는 피아노로 부모님께 이 곡을 연주해 드리고 싶다고 했다. 자신을 낳고 키워주신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라고 말했지만 이 계획은 부모님과 함께 세운 작은 목표라고 했다.
목표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짧은 시간 연습해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은 무리일 것 같았지만 열심을 다해 연습한 결과 아이는 2주 만에 이 곡을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됐다. 작지만 아름다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선생인 나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작지만 뭔가 목표를 세우고, 더위와 싸우면서도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한 그 아이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목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미래는 굳이 따져 볼 필요가 없다. 그 결말은 뻔하다. 100이라는 목표를 가진 사람은 50이라도 이룰 수 있지만, 50이라는 목표조차 없는 사람은 20도 이루기 어렵다.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부모가 할 일은 무엇보다도 목표를 갖게 도와주는 일일 것이다. 목표를 심어주는 것, 그것이 아이들의 내일에 희망이 되지 않을까.
엔드루 박 / 음악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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