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나온 젊은이들이 커리어를 쌓고 장래를 위한 저축을 시작할 때가 어떤 시대인가에 따라서 그들의 인생에서의 부(wealth)의 수준이 결정된다. 그런데 이 타고난 시간의 차이가 가져오는 개인들 간의 격차는 엄청나게 다르다.
1960년대 중반에 커리어를 시작한 이들의 은퇴재산 수준은 평균 이하다. 1964년 1월 다우 존스 지수가 777이었는데, 1982년 8월12일 지수가 정확히 777이었다. 18년 동안 주식시세가 전혀 오르지 않았다. 은퇴연금과 저축의 상당 부분이 주식에 투자되는 것을 감안할 때, 1960년대에 커리어를 시작한 이들은 너무나 운이 없었던 셈이고, 1970년대에 시작한 이들은 그냥 조금 신통치 않았던 셈이다.
지금까지 가장 운이 좋았던 세대는 레이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할 때 커리어를 시작한 세대다. 1980년대 초부터 그전 카터 민주당 정부 때 맹위를 떨쳤던 인플레와 장기 이자율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그 페이스가 점점 빨라졌다. 주식 투자자들은 이 현상이 자유시장 경제 신봉자인 레이건 대통령의 시절과 일치하는 점과 연관해서 앞으로의 경제성장에 대해서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레이건은 조지 부시 같은 엉터리 공화당이 아니었다. 1982년 여름은 정부 채권 이자율이 최고 수준에 달하면서 최악은 이제 지나간 것으로 모든 경제 전문가들에게 뚜렷이 보였다. 레이건이 시작한 경제중흥은 연방 정부를 경제 불황의 근본문제로 또렷이 지목하면서, 투자와 고용은 민간 기업들 빼고는 할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자유시장 경제에 투철한 대통령만이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이후 20년간은 미국 경제사에서 보기 드문 경제 활성화가 되었던 시절이었고, 1980년대에 커리어를 시작한 이들은 자기 자신들이 조심하고 성실히 저축과 투자를 했었다면 보통 직장을 가진 이들도 은퇴자산이 넉넉한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럼 지금은 어떤 때인가.
올해에 주식시장이 조금 회복이 되었지만 많은 투자자들이 지금의 경제환경이 장기적 성장에 호혜적인가에는 의문을 갖는다. 어려운 시기를 지난 것은 같지만 1982년과는 너무나 상반된 경제 환경이다. 1982년 경제는 나빴다. 실업률이 10.8프로. 프라임 이자율은 17프로, 주택 모기지율이 16.5프로였다(젊은 독자 여러분: 이건 인쇄 잘못이 아니라 6.5프로가 아닌 16.5프로 모기지율이 맞습니다).
경제상황은 나빴지만, 미국 경제는 그 당시 축복받은 두 자산이 있었다. 대통령이 레이건이었고, 연방준비은행 책임자가 존경받는 폴 볼커였다. 그들 두 사람은 재정정책, 통화정책과 경제제도 개선에서 자유경제의 확신을 가진 이들이었다.
지금 벌써 2조에 달하는 연방적자는 1982년의 6프로(GDP의)보다 2.5배가 되는 15프로나 되는데,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연방준비은행의 벤 버냉키는 경제효과 없는 곳에 물 쓰듯 돈을 쏟아 붓는 행정부와 의회에 대항마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주의 고용통계가 가리키듯 오바마 정부의 적자재정은 고용문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장래의 높은 인플레와 고이자율이 뻔히 보이고, 마구 써버린 연방세입을 채우려면 세금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장래의 장기적 경제전망이 좋을 수가 있는가.
옛 제자들과 주위의 아는 젊은이들이 실직을 당하는 경우가 이렇게 심한 경우를 필자는 예전에 본적이 없다. 고용은 계속 불안할 것이고, 승급은 고사하고 급여와 다른 베니핏이 계속 줄어드니 저축도 쉽지 않고, 새로 직장을 구한 젊은이들도 자기 마음에 드는 곳을 찾은 경우가 많지 않으니 사회 전체가 경제적 적정상태가 아닌 지금, 젊은이들은 성실하게 살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경제적 자산들의 가격이 지금 아주 낮으니만큼 먼 장래를 위해서 조심스레 저축 투자를 하는 경우에는 지금 젊은 세대도 어느 정도의 부의 축적은 은퇴를 대비해서 가능해지지 않을까 한다.
이종열 / 페이스대 석좌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