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민노당 산하재단인 새세상연구소는 민노당 유럽위원회와 공동으로 ‘독일동포 자녀 교환방문’ 행사를 진행하였다. 약 10일간에 걸쳐 진행된 이 행사에는 20여명의 독일교민 자녀들이 참가하였는데 그 프로그램 중 일부는 교포 청소년들에게 과연 적절한 내용인지 의문이 든다.
민노당은 이들을 진보당 당수였던 조봉암의 생가, 서울 서대문 형무소, 광주 5.18 국립묘역, 용산 미군기지 등에 안내하였는데, 한국현대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려는 시도일 것이다. 민노당 관계자들이 이런 장소들에서 이들에게 어떤 내용을 전달했는지 구체적으로 듣지 못했지만 민노당이 표방하는 정치노선에 따른 특정한 시각이 반영되었을 것으로 쉽게 짐작이 된다.
예컨대 이승만 정권하에서 북한정권과의 비밀연계 혐의로 사형을 당한 조봉암과 관련해서는 국가보안법을 통한 정치탄압사가 소개되었을 것이고 용산 미군기지에서는 이른바 ‘외세와 민족자주론’이 거론되었을 것이다.
역사에는 명암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어두운 부분을 보여준 것 자체를 시비할 생각은 없다. 다만 민노당이 교포 청소년들에게 보여준 것은 권위주의 시대에 속하는 과거사이며 민주화이후 현재 한국의 실제모습과는 엄청난 거리가 있다.
한국의 현대사에 대해 시간의 감각을 가질 수 없는 이들이 과연 과거와 현재를 얼마나 구분해서 받아들였는지 걱정이 된다.
또한 한국의 현대사를 보는 시각의 문제가 제기된다. 지난 노무현 정권하에서 과거사 파헤치기가 추진되고 일부 고교 역사교과서의 내용이 편향성을 지니면서 이 주제를 둘러싼 논쟁이 수년간 격렬하게 진행되었다. 이때 민노당 등 한국사회의 좌파세력은 대한민국의 탄생 그 자체가 잘못되었으며 산업화시대 또한 민주주의가 제약 받았다는 이유로 어떠한 긍정성도 없는 시대로 규정하였는데 이런 극단적 시각은 현재 한국의 경제적 번영과 문화적 성장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다.
예컨대 한국의 미군주둔은 교포자녀들이 살고 있는 독일의 미군주둔과는 본질을 달리하는 오욕의 역사라는 식의 민노당의 시각이 전달되었다면 이런 접근이 한국에 대한 객관적 이해의 안내라고 보기는 어렵다.
자동차, 조선, 제철과 같은 세계 일류의 산업현장을 보면서 선대들의 노고를 느끼고 한국의 역동성과 장점을 읽어낸다면 자긍심을 얻어갈 수 있다. 그러나 민노당은 아직 청소년인 이들을 대상으로 자신들의 정치노선의 선전에만 관심을 쏟았으니 전교조가 해온 한국의 중고생들에 대한 의식화교육을 연상시킨다.
민노당은 내년 초 겨울방학 때는 한국학생들을 독일과 프랑스 등지를 방문하는 행사를 추진하고 있는데 홈페이지에 안내된 이 프로그램을 보면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생가와 1871년의 프랑스 파리 꼬뮨 현장 방문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대목에서 민노당의 노선이 과연 무엇인지 의문을 갖게 된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일찍부터 마르크스의 폭력혁명론과 프롤레타리아 독재주의와 선을 긋고 의회주의와 보편적 민주주의를 택하여왔으며 특히 이미 20년 전 소련·동구의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진 후 사회주의 추구는 시대착오임이 명백해졌다.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현 시대에는 청소년들에게 시대변화의 앞자락에 있는 정보와 추세를 잘 전달해주어 그들이 사회활동에 참여할 때 능동성을 갖도록 해주어야 한다. 민노당은 이와 반대로 미래를 살아갈 청소년들에게 역사의 뒤안길로 밀려난 마르크스주의와 혁명주의를 제시하고 있으니 이것이야 말로 시대착오가 아닐 수 없다.
홍진표 / 시대정신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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