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영화 마케팅을 했던 적이 있다. 일의 속성상 많은 영화제에 참석해야 했고 그러는 과정에서 다수의 독립 영화감독들을 만났다.
독립 영화는 말이 좋아 영화지 감독 혼자서 제작하다 돈 떨어지면 쉬어가기를 몇 년씩 반복하며 만드는 저예산 영화가 대부분이다. 감독들은 영화에 미쳐 모든 걸 영화에 쏟아 붙는 사람들이다. 운이 좋아 영화가 팔려 극장에서 상영이 되거나 영화 채널을 통해 방송이 되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다음 작품을 만들 여력이 없기 때문에 한 작품의 감독인 경우가 많다.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그 독립영화 감독들이 대부분 감독이 되기 전에는 ‘멀쩡한’ 직업이 있었던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이다. 남들이 다 알아주는 직장에 다니면서도 평생 영화 한편 만들겠다는 꿈을 버리지 못해 끝내 감독 선언을 하고 나온 사람들이다.
한 영화제 상영작 중 ‘로열 아카데미’(Royal Academy)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74세 된 할머니가 그림을 그려 평생소원이던 로열 아카데미라는 영국의 유명 전시장에 출품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였는데, 감독이 다름 아닌 주인공 할머니의 아들이었다.
그 감독은 Saatch & Saatch, Ogilvy & Mathers 등의 유수한 광고 회사의 잘 나가는 디렉터로 20여년간 일했었다. 돈과 명성이 있는 자리였고, 남들의 존경과 부러움을 받는 자리였다. 하지만 늘 마음 한구석에 있었던 소망을 져 버리지 못하고 한 시간에 2,000달러 받는 자리를 끝내 박차고 나와, 어머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의 연출, 각본, 편집은 물론, 배경 음악의 작곡, 연주까지 혼자서 해버렸다.
당시 나이로나 경력으로나 그 감독의 경지가 가늠이 되지 않았던 나는 그렇게 돈 많이 받는 자리에서 나와 이름 없는 독립영화 감독으로 사는 게 팍팍하지 않느냐는 내용의 질문을 했었다. 그리고 그가 했던 대답을 나는 아직 잊지 못하고 있다.
“이 일은 내 가슴을 뛰게 해요”(It makes my heart beat)
오지 여행가로 여러 편의 책을 낸, 그리고 최근 몇 년 동안은 NGO의 긴급구호 팀장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한비야씨가 며칠 전 출연한 예능프로에서 그와 똑같은 이야기를 했다. 매번 현장에 나갈 때마다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해야 하는 직업, 누가 자신에게 왜 이 일을 하느냐고 묻는다면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에”라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할 수 있다고.
한비야씨는 “왜 이 일을 하시죠?”라는 질문에 대해 “이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기 때문이죠”라고 말할 수 있다면 자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이가 42세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직 20, 30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한번 묻고 싶다. 무엇이 나를 움직이는가? 가벼운 바람에도 성난 불꽃처럼 타오르는 내 열정의 정체는 무엇인가? 소진하고 소진했을지라도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기꺼이 쏟고 싶은 그 일은 무엇인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내가 좋아하는 다릴 앙카의 “가슴 뛰는 삶을 살아라” 중에서 한 구절이다. “가슴 뛰는 일을 하라. 그것이 최고의 명상이다. 신이 당신 자신에게 주는 메시지는 가슴 뛰는 일을 통해서 온다. 가슴 뛰는 일을 할 때 당신은 최고의 능력을 펼칠 수 있고 가장 창조적이며 가장 멋진 삶을 살 수 있다.”
지니 조 / 마케팅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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