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시애틀 타임스가 이 지역 유일의 일간지가 됐을 때 타임스도 미래를 낙관할 수는 없었다. 발행인인 프랭크 블레든은 당시 경쟁사인 포스트-인텔리전서(P-I)의 몰락은 적자투성이인 타임스의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실린 칼럼에서 타임스는 “신문이 하나밖에 남지 않은 시애틀이 신문이 하나도 없는 도시가 될 것인가” 하고 물은 적이 있다. 그러나 5개월도 안 돼 한 때 잊혀졌던 단어가 신문사 경영진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익이다. 이 신문 발행인이자 경영 책임자인 블레든은 “매달 흑자가 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 회사라 얼마나 이익이 나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고 광고 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경영이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타임스는 P-I 독자의 대부분을 흡수하고 지금까지 이들을 잡아둠으로써 미래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6월 현재 독자 수는 과거 20만에서 30%가 늘어난 26만을 기록하고 있다.
다섯 달 사이 독자 30% 증가하며 흑자로
온라인 신문 시험장으로 변모하는 시애틀
인터넷 신문만 내고 있는 P-I도 형편이 오히려 나아졌다. 이 신문 주인인 허스트 사는 지역 소식과 요리, 마라톤 등에 관한 글을 쓰는 200여 무료 블로거와 소수 스탭에 의존하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신문의 앞날에 회의적이지만 웹사이트 방문자 수는 종이 신문이 나올 때와 비교해 떨어지지 않았다. 허스트는 이익이 나는 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지만 독자 수와 수입이 모두 예상을 초과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임스와 P-I는 제작과 배달을 함께 하는 공동 운영 체제를 갖고 있었다. 이는 망해가는 신문에게는 생명 연장에 도움이 되지만 강한 신문에게는 족쇄 역할을 해왔다. 타임스는 약자를 살리기 위해 출혈이 너무 크다는 이유로 수년간 이 체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써왔다.
신문업 분석가인 존 모턴은 “공동 운영 체제는 약한 신문의 몰락을 더디게 할 뿐”이라며 “타임스의 경영이 호전되고 있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역 신문 중 가장 뛰어난 것의 하나라는 평가를 받아온 타임스는 독자 수에 비해 편집국 인원이 지나치게 많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탐사 팀에 중점을 두어왔다. 블레든은 다른 신문이 스탭 수를 줄일 때도 오랫동안 이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감원은 불가피했다. 5년 전 375명에 달하던 기자 수는 210명으로 줄어들었지만 이제 타임스 중역들은 감원은 당분간 없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데이빗 보드먼 편집국장은 “우리는 바닥에 와 있으며 자랑할 만큼 양질의 신문을 낼 수 있다고 느낀다”며 “무엇을 할 것인지 선택하는데 좀 더 신중해야겠지만 나는 덜 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신문인 시애틀 PI의 편집국 인원은 20명으로 과거 165명에서 대폭 줄었다. 이들은 범죄와 항공업계, 교통 등 일부 영역만 보도한다. 이 신문 중역인 미셸 니콜로시는 자신의 웹사이트는 통상적인 신문 보다는 시애틀의 홈페이지처럼 보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직 P-I 기자들이 만든 웹사이트도 늘어나고 있다. 시애틀은 온라인 신문의 실험장이 되어 가고 있다. 2년째 ‘크로스컷’이라는 온라인 신문을 운영하고 있는 데이빗 브루스터는 “경쟁은 많지만 각 분야에 국한돼 있다”며 “타임스도 전보다는 약해졌지만 P-I가 사라지면서 세상이 끝난 것처럼 생각했던 사람들도 타임스를 읽으며 생각보다는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임스는 전에도 비관론자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석간의 시대는 갔다는 말이 나온 지 수십 년 후에도 타임스는 석간으로 번창했다. 2000년 조간으로 돌면서 P-I와 경쟁이 붙었을 때 7주간이나 파업 사태를 맞았지만 부수는 줄지 않았다.
타임스는 보다 점잖고 교외 독자 중심으로 세련된 모습을 보여 허스트 계열인 P-I가 오히려 후발 주자처럼 보였다. 그러나 수년간 관측통들은 블레든 가문이 허스트에게 신문을 팔고 그러면 허스트는 두 신문 중 하나를 폐업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그러나 블레든 일가는 허스트의 후한 조건도 거절하고 신문을 계속해 왔다. P-I가 문 닫기 10년 전부터 독자 수는 급속히 줄기 시작했다.
타임스는 미국에서 가족이 운영하는 마지막 신문 중의 하나다. 블레든 가문은 1896년부터 이 신문을 경영해 왔다. 그들은 이 신문 지분의 50.5%를 갖고 있고 8명의 가족이 이 신문사에서 일하고 있다.
이 가족의 신문에 대한 열정은 알아줘야 하지만 비즈니스 감각은 별개 문제다. 이 회사는 1998년 2억달러를 빌려 메인 주 지역 신문 3개를 샀다. 그리고는 올해 모두 팔았는데 4,000만 달러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가장 큰 실수는 1983년 프랭크 블레든이 경영을 맡기 전 허스트와 공동 제작 협정을 맺은 것이다. 이 협정에 따르면 P-I는 편집국만 독자적으로 운영하도록 했다. 타임스가 P-I 인쇄와 배달을 해주고 구독과 광고, 비편집국 경비 모두를 책임졌다. 수입은 타임스 60 P-I 40으로 나눴는데 타임스 측은 이것이 매우 불공평하다고 봤다.
그러나 P-I가 발행을 중단하자 이는 타임스에게 횡재를 안겨줬다. P-I 독자를 타임스 독자로 쉽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구독자들은 취소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대로 남았다. 타임스에 따르면 전 P-I 독자의 84%가 구독을 갱신했다. 이 비율이 얼마나 유지될 지는 시간이 가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타임스는 3월 구독료를 올렸다. P-I 독자들이 대부분 남았기 때문에 광고료도 두 신문에 모두 낼 때와 같이 받고 있다. 광고량과 수입은 크게 줄었지만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라고 블레든은 말한다. 그는 “우리는 지난 두 달 사이 바닥을 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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