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美대선, 나이지리아 선거부정 비유
미국의 외교수장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아프리카 방문에서 실수를 연발, 워싱턴 조야의 눈총을 사고 있다.
클린턴 장관은 최근 오른쪽 팔꿈치 골절상으로 외교현장을 잠시 떠나 있는 동안 `벤치워머’ 신세로 전락했다는 곱지않은 지적을 받자 이번 7일간의 아프리카 순방을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컴백무대로 벼르던 참이었다.
하지만 아프리카 순방기간에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사건과 절제되지 않은 자신의 감정폭발 및 말실수가 겹치면서 의욕적으로 나섰던 아프리카 순방은 최악의 외유로 변질돼 가는 형국이다.
ABC뉴스 등 미 언론에 따르면 클린턴 장관은 13일 나이지리아에서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나이지리아에 만연한 선거부정을 지난 2000년 미국 대선과 비교하는 `실언’을 하고 말았다.
클린턴 장관은 우리(미국) 민주주의는 여전히 진화중이라며 여러분이 기억할지 모르지만 우리는 과거 일부 선거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클린턴 장관은 2000년 대선은 대선후보의 동생이 주지사를 맡고 있는 어떤 한 주(플로리다주)에 의해 결판이 났다면서 나이지리아뿐아니라 미국도 선거와 관련한 문제점이 있음을 강조했다.
재검표 소동까지 갔던 지난 2000년 대선에서 공화당 조지 부시 후보가 자신의 동생 젭 부시가 주지사를 맡고 있던 플로리다주에서 신승, 전국 유권자 득표에서 앞섰던 민주당 앨 고어 후보 보다 더 많은 대의원을 확보해 극적으로 승리했던 선거의 난맥상을 공격한 셈이다.
클린턴 장관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젭 부시 전 주지사측은 그처럼 잘못된 발언에 대해 코멘트하고 싶지 않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의 일리야 샤피로 선임연구원은 한 나라의 관리가 자신의 나라를 비판한다면 그건 명백히 정부의 권위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그런 언행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는 장관의 발언은 고어 당시 후보가 폭력에 기대지 않고 잘못된 결과라도 받아들였다는데 방점이 있는 것이라고 파문진화에 나섰지만, 대체로 여론은 이번 발언에 부정적인 편이다.
클린턴 장관은 이에 앞서 10일 콩고민주공화국 수도 킨샤사에서 열린 공개질의 시간에 남편의 견해를 묻는 대학생의 질문에 국무장관은 남편이 아니라 나라고 버락 화를 냈다가 외교수장답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달에는 북한이 벌여온 일련의 도발행태에 대해 마치 관심을 끌려는 꼬마와 철부지 10대들에게서 내가 느꼈던 경험과 같은 것이라고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해 외교가에 파문을 일으켰다. 이것이 빌미가 돼 북한으로부터는 `소학교 녀학생’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그는 또 국무장관 취임 직후인 3월 초 한국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섰을 당시 북한의 후계구도라는 민감한 문제를 언급, 북한의 거센 반발을 사는 등 전임 콘돌리자 라이스와는 판이한 파격적인 언행으로 외교가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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