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이 다녀간 날
북적거려야 할 점심시간도 한가로이 지나가고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어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 같으면서도 비는 오지 않는 불쾌한 어느날 오후
한 백인여성이 2명의 동양 아이들과 아프리칸 아메리칸 계통의 여자아이를 데리고 식당 안으로 들어온다.
어눌한 한국말로 “불고기 갈비 있습니까”라고 주문한다. 이에 나는 아이들 식사라면 미니 사이즈를 시킬 것을 권유하며 아이들의 얼굴을 자세히 보니 한국 아이들이 분명했다.
아이들 가운데 제일 어린 아이는 계속해서 “안녕하세요”를 연발하는데 불행하게도 백내장이라 앞을 못 본다고 한다.
가족구성이 특이해 백인 여성에 “모두 입양한 아이들인가”라고 물었더니 “예스”라며 활짝 웃는다. 막내는 생후 6개월때 둘째는 8개월때 그리고 큰 딸은 6개월때 모두 한국에서 입양을 했다고 한다.
대답하는 모습이 마치 자식 자랑으로 즐거워 어쩔 줄 모르는 한국 어머니의 바로 그 모습이다.
“한국 아이들이라 김치, 밥, 잡채를 먹여야 한다”며 앞 못보는 막내에게 “밥?” “김치?” “불고기?” 라며 먹여준다.
막내의 입가에 음식이 묻으면 혼혈의 큰 딸이 냅킨으로 입 주위를 닦아 주고 3살 난 아들은 고기를 내밀었다 먹었다를 반복한다.
아이들에게 음식을 먹이는 백인 엄마는 서툰 한국말로 “장난하지마라” “입에 넣어라” “오이김치 먹어라”고 말하며 아이들 수발에 분주하다.
평범하지 않은 가족들의 모습이지만 각자 모두의 얼굴은 한결같이 행복해 보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나까지 행복지수가 높아진다.
“모두가 한국아이들이냐”고 내가 묻자 백인 엄마는 “그렇다”며 “그래서 한국음식을 먹여야 하고 또 한국말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요즘 나 역시 한국말을 배우고 있다”고 답한다.
그 답을 듣는 순간 내 가슴이 찡하다.
천사같은 엄마에게 사랑받으며 구김없이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4명의 천사가 가게를 찾아주어 오늘 하루 장사가 안 돼 우울하던 내 기분마저 날려 버린다.
민정현
카폴레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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