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본드 영화에 보면 늘씬한 미인들이 바다에서 수영을 하다가 물에서 불쑥 나와 물이 줄줄 흐르는 비키니 차림으로 해변을 걷는다. 간단해 보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동작은 아니다.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방수 마스카라는 기본이고 바셀린과 양면테이프 등으로 미리 작업을 해두어야 한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고 비디오로 보면 이해가 빠르다. 그래서 요즘 뜨고 있는 것이 온갖 종류의 교습 비디오들이다.
요리하는 법, 집수리하는 법 … 저마다 사이트에
방문객 쇄도하면서 전문 사이트 창업 잇달아
기업 ·관공서 비디오 제작하면 수익성도 보장
교습 비디오 사이트로 떠오르고 있는 하우캐스트(Howcast.com)는 구글과 유튜브 출신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회사이다. 하우디니나 유튜브 등 비슷한 사이트들이 붐을 이루는 가운데 하우캐스트는 정보와 오락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방문객을 끌어 모아 사업으로서 성공이 점쳐 보인다.
하우캐스트 같은 교습 사이트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다. 우선 사람들이 비디오 보기를 좋아하고, 지금처럼 경제가 나쁠 때면 무엇이든 배워 직접 하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우캐스트가 갖춘 비디오는 이미 10만개. 하우캐스트 사이트에 들어가면 온갖 것들을 다 배울 수 있다. 물새는 수도꼭지 고치기, 유언서 작성 등 일상생활 속 이슈부터 곰의 공격에서 살아남는 법, 차안에서 섹스하는 법 등 다양한 이슈들을 다루고 있다.
요즘은 누구나 비디오를 만들어 웹에 올릴 수 있는 세상이다. 유튜브에는 매분마다 20시간 상당의 비디오들이 새로 올려진다. 이런 비디오 홍수 속에서 사업으로 성공하는 사이트가 되려면 뭔가 특성이 있어야 한다.
하우캐스트는 뭔가를 가르치는 것과 아울러 비디오가 얼마나 재미있을 수 있는 지를 안다는 점에서 승산이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들 교습 사이트들이 안고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이윤 창출. 하우캐스트는 광고주들과 파트너가 되어 그 회사의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교습 비디오를 제작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삼고 있다.
네슬레 커피의 주문으로 ‘인스턴트커피 만드는 법’ 같은 비디오를 만들었는가 하면 국방부와 연계를 맺어 ‘비폭력으로 시위 하는 법’ ‘인권옹호 블로그 시작하는 법’ 등의 비디오도 제작했다. 그리고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과 계약을 맺어 자신들의 비디오가 인테넷에 널리 퍼져나가도록 길을 만들었다.
“오늘날에는 미디어가 울타리 안에 머물면서 자기 사이트로 오는 방문객만 기다리고 있을 수가 없다”고 하우캐스트의 최고경영자인 제이슨 리브만(33)은 말한다.
하우캐스트에 의하면 유튜브와 애플의 아이폰을 포함, 지난 달 자사 비디오 방영횟수는 2,000만번이 넘는다. 하우캐스트 사이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비디오는 섹스와 대인관계에 관한 것. 1위는 ‘자동차에서 섹스하는 법’ 그리고 ‘트위터 사용하는 법’ ‘안젤리나 졸리처럼 키스하는 법’이 뒤를 잇고 있다. ‘키스’ 비디오에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하는 것은 아니다.
리브먼 사장은 인기 비디오로 이런 내용들이 소개되는 것을 좀 당황스러워한다. 그보다는 유튜브를 포함, 모든 사이트를 대상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자사 비디오인 ‘금연하는 법’ ‘문워크 하는 법’ 등이 거론되기를 더 바란다.
리브먼은 창업의 귀재이다. 16살 때 이미 신문을 시작했다. 뉴욕 사립고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신문으로 돈을 꽤 벌었다고 그는 말한다. 그는 지난 1992년 데일리 뉴스에 유복한 사립고교 학생의 전형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듀크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후 그는 월스트릿으로 가서 투자은행 직원으로 한동안 일을 했다. 그런데 서부에서 닷컴 비스니스 붐이 일자 짐을 싸들고 LA로 이주를 했다. 그리고는 몇 달 후 소프트웨어 창업사인 어플라이드 세만틱스에 들어갔다.
거기서 그는 판매와 투자유입 분야를 담당하는 한편 일단의 엔지니어들이 광고 소프트웨어인 애드센스를 개발하는 것을 감독했다. 그리고 몇 달 후 구글이 애드 센스를 1억240만 달러에 매입하면서 리브먼은 2003년 다시 뉴욕으로 돌아와 그곳의 구글 사무실에서 일을 했다.
구글에서 그가 한 일은 미디아들을 설득해 그들의 쇼나 영화를 구글 사이트에 올리도록 하는 것이었다.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매입한 후에는 특히 그러했다.
그는 그곳에서 창업의 뜻을 같이 한 사람들을 만났는데 구글의 비디오 팀에 있던 대니얼 블랙만과 산자이 라만이었다. 구글과 유튜브를 유심히 지켜보던 이들은 교습 비디오에 방문객이 점점 몰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용자들이 만들어 올린 비디오에 수없이 많은 방문객들이 몰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라는 게 넥타이 매는 법 같은 걸 기숙사 방에서 웹 카메라로 찍어 올린 조악한 것들이었다.
교습 비디오에 쏠리는 관심은 비디오가 처음 등장했을 때와 유사하다. 체조하는 법을 담은 제인 폰다 비디오 같은 것이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것 같은 현상이다.
그런데 이렇게 웹사이트에 올려지는 비디오들이 대개 조악하고, 비즈니스로 시작한 교습 사이트들도 질이나 내용이 들쭉날쭉 한 게 대부분이었다.
리브먼 등 세명의 친구들은 교습 비디오 사이트를 창업하기로 마음 먹고 2007년 5월 구글의 안락한 일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벤처 캐피털의 투자를 받아내려면 뭔가 내용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은 바로 비디오 제작에 들어갔다.
적은 비용으로 비디오를 제작하려니 인맥이 모두 동원되었다. 리브먼은 우선 영화와 TV 분야에서 지난 10년간 일해 온 쌍둥이 누이 달린 리브먼을 공동 창업멤버로 초청했다. 달린에게 내려진 주문은 두달 동안 400개의 교습 비디오를 만들어 내라는 것이었다. “그가 제 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달린은 말했다.
그들은 사무실 뒤편에 작은 스튜디오를 만들고 가족들, 친구들, 직원들을 출연하게 하면서 비디오를 만들었다. 그리고 창업 17개월이 지난 현재 하우캐스트는 벤처 캐피탈들로부터 투자가 몰리고, 기업이나 정부기관들을 위한 비디오들도 제작하고 있다. 하우캐스트는 내년 하반기면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리브먼은 보고 있다.
교습 비디오 시장의 좋은 점은 소재가 무궁무진하다는 점. 하우캐스트는 ‘창업해 이윤 내는 법’ 같은 비디오로 스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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