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교육열
올해 하와이대학교 여름학교에 플래그십 한국어(Flagship Korean) 프로그램이 연방정부의 예산으로 중고등학교 학생을 위해 마련되었다.
언어는 어려서 배울수록 좋다는 이론에 기초하여 시작한 시범 과목이다.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한 이 과목이 대학교 과정으로 인정받는 특수 과정이기 때문에 교수들은 교수법 이외에 성적을 주는 방법에 관하여 특별 훈련을 받았다.
4개 반에 하와이 학생 21명과 미주 본토에서 온 학생 3명 등 총 24명의 중고등학교 학생이 있었다.
이란인 한 명을 빼고는 모두가 한인 1.5세와 2세였다.
이란인 학생은 학교 친구가 모두 한국인이라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왔다. 집안 형편이 그리 좋지 않은데도 부모가 딸을 하와이까지 보내 한국어를 배우도록 하였다.
몇 년 후 이 학생이 한국어와 영어와 이란어를 구사하는 인재가 되었을 때를 상상만 해도 부럽다.
드라마 장면을 이용하며 공부하는 중에 “개XX”라는 단어가 나왔더니, 한 학생이 “엄마가 싸울 때 아버지를 부르는 말”이라고 설명해서 한바탕 웃었단다.
부모님과 한국어로 대화하느냐고 물었더니, 부모님이 모두 일하기 때문에 대화는 커녕, 얼굴보기도 힘들다고 하면서, 엄마는 “빨리 일어나 학교 가라”는 말 밖에 안 한다는 학생이 많았다.
한 학기가 끝나고 성적이 나왔는데, 원하던 성적을 받지 못한 학생이 집에서 불평을 한 모양인지, 다음 날 학생의 어머니가 담당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 아들이 어떤 아들인데 그런 점수를 주느냐며 “잘 봐 달라”고 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른바 기러기 엄마들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영어를 어려서 배워야 한다고,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혼자 와서 고생하는 엄마들은 한국만이 배출하는 특별한 엄마들이며, 한국만의 특별한 교육열이다.
그러나 미국에 살면서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택하게는 하지만 대화는 제대로 안하고 점수 때문에 전화나 걸고, 반대로 영어교육 때문에 조기유학하는 자녀들과 함께 오는 엄마들의 교육열이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죽도록 미운 남편이지만 개XX라고 욕하지 않는 엄마, 매일 아침 아이들을 깨우지 않고 자립해서 일어나도록 놔두는 엄마, 열심히 영어 공부하며 아무리 고단해도 책 한 장이라도 읽고 자는 모습을 보여주는 엄마, 그런 엄마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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