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에서의 성공은 종종 시행착오들을 거쳐서 얻어진다. 남들 다 몰리는 추세에 기꺼이 등을 돌리는 것 역시 도움이 될 수 있다. 전국 캠퍼스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교과서 대여업을 하는 체그(Chegg.com)의 공동 창업자, 오스만 라시드와 아아유시 품브라가 좋은 예이다.
온라인 교과서 대여업 빠르게 성장
넷플릭스의 영화대여, 교과서에 접목
“책값 절반이상 절약된다”며 인기상승
라시드와 품브라가 체그를 창업한 것은 지난 2003년이었다. 당시의 회사명은 체그포스트. 대학 캠퍼스를 대상으로 한 크레이그스리스트 같은 것을 구상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각 대학 웹사이트들을 연결해서 매트레스 부터 교과서까지 학생들이 쓰던 물건을 사고파는 네트웍을 구상한 것이었다.
당시 대부분의 인터넷 사업이 그러했듯이 이들 역시 이런 네트웍을 운영해 광고 수익을 올려 보자는 것이 계획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가 못했다. 몇몇 캠퍼스에서 몇 건 건져 올리기는 했지만 체그포스트는 뜨지를 못했다. 하지만 그 경험을 통해 가치 있는 교훈들을 얻을 수 있었다.
라시드는 그 사이트의 방문자 대부분이 헌 교과서를 찾는 학생들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학 교과서는 등록금과 숙식비 다음으로 학생들에게 큰 지출인데다 가격이 계속 올라가니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크레이그스리스트를 모델로 교과서 장터 같은 걸 구상한 시도는 이번에도 먹혀들지 않았다. 봄에 학기가 끝나면서 학생들이 쓰던 교과서를 온라인으로 팔려고 내놓으면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학생들은 처음 구입가격과 비교하면 달러 당 몇 센트에 불과한 헐값으로 대학 서점에 되팔아버렸다.
그리고는 가을이 되어 학생들이 캠퍼스로 돌아오면 그때는 온라인에 교과서를 팔려는 학생이 거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2007년 라시드와 품브라는 다시 머리를 맞대고 생각한 끝에 교과서 대여업을 구상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실리콘 밸리의 벤처기업들은 콘텐츠, 소셜 네트웍 그리고 기타 광고가 몰릴 수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던 만큼 투자자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우리 보고 미쳤다고 했다”고 라시드는 말했다.
그러나 올가을 교과서 대여업의 세 번째 해를 맞는 체그의 사업규모는 급속히 커지고 있다. Match.com 과 Ask.com의 사장으로 일하다 최근 체그의 사장으로 영입된 짐 사프카에 의하면 2008년 회사 수익은 1,000만달러가 넘었다. 올해 들어서는 이 액수를 1월 한달에 넘어섰다.
이런 성장세를 타고 체그는 지난 12월 실리콘 밸리의 탑 벤처기업들로부터 2,500만달러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체그의 첫 외부 투자가들 중 하나이자 신생 창업들에 투자하는 메이플스 투자사의 마이크 메이플스 주니어의 총괄 사장은 “교과서 사업이 대단히 비효율적이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교과서를 좋은 가격에 구입하려는 수요가 높은 가운데 체그의 성공은 상당 부분 이런 비효율성을 적극 이용할 수 있었던 데서 온 것이다. 체그가 기본적으로 하는 일은 교과서 대여이지만 그 과정에서 일종의 시장 조성 역할도 하고 있다. 학기가 끝날 때면 팔려는 학생들에게서 책들을 사 모았다가 새 학기 시작 때 다른 학생들에게 대여하고, 때로 팔기도 하는 것이다. 그것이 시장에 유동성을 제공한다고 뉴욕대 상대의 야니스 바코스 교수는 말했다.
인터넷이 붐을 이루던 1990년대 후반 투자가들은 온통 온라인 사업으로 몰려들었다. 물론 창업 의 대다수는 실패했다. 하지만 근년 온라인 사업으로 성공한 아이디어의 대부분은 이전에 시도했던 모델들을 변형하거나 다듬은 것들이다.
체그와 그외 떠오르는 경쟁사들의 경우, 사업상 영감을 준 것은 영화 DVD 대여업을 하는 넷플릭스였다.
“넷플리스를 통해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뭔가를 대여하는 데 대해 심리적으로 편안해진 덕을 우리가 보는 것이다”고 체그의 경쟁사인 북렌터(BookRenter.com)이 공동 창업자 콜린 바스루는 말했다.
애리조나 주립대학 4학년의 알랜 브래드포드는 지난 2008년 캠퍼스 신문에서 체그에 관한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는 그 학기 교과서 비용을 계산해보니 체그에서 빌렸다면 334달러면 되었을 것을 그는 675달러나 쓴 것이었다. 그래서 이후 그는 체그에서 10여권의 책을 주문했다.
“교과서에 돈을 쓰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그는 말했다.
체그(CHEGG)는 닭과 알(chicken and egg)의 준말로 대학생들이 졸업하고 나면 부딪치는 곤란한 상황을 빗댄 말이다.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의 문제이다. 학생들이 취직을 하려면 경력이 필요한데, 취직을 못하면 경력을 쌓을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은 투자자들의 현금과 5,000여 캠퍼스의 수십만 고객들로 풍족한 편이지만 처음 체그는 창의성을 발휘해 혼자 힘으로 재정을 꾸려나가야 했었다.
체그는 책을 한권도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여업을 시작했다. 그래서 주문이 하나 들어오면 직원들이 웹을 온통 다 뒤져서 싼 값에 나온 책을 찾았다. 그리고는 라시드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카드로 책을 사서 주문한 학생에게 배달을 하곤 했다. 결국 체그는 그 시스템을 자동화했다.
하지만 주문이 많아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크레딧 카드 사용이 늘어나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이를 사기로 의심, 카드구좌를 정지시키겠다는 위협을 했다고 라시드는 말했다. 그래서 그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설득, 카드를 지켰을 뿐 아니라 수십장의 카드를 더 발급받아 주문을 분산시킬 수 있게 되었다.
체그는 사업상 나름대로의 비법들을 가지고 있다. 교과서의 가격을 어느 선으로 하고 특정한 책을 몇 번이나 대여할 수 있는 지 등을 결정하는 소프트웨어 등이다.
책을 사는 대신 빌릴 경우 얼마나 절약할 수 있는 지는 책에 따라 다르다. 소매가 122달러인 거시 경제학 교과서는 체그에서 빌리면 한학기에 65달러, 소매가 123달러의 유기화학 책은 33달러다(왕복 우송비는 한권당 4달러).
그렇게 돈을 절약할 수 있으니 학생들은 체그의 팬이 되는 것이다.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말이 판매고에 바람을 일으켰다”고 사프카는 말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