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시즌이 되면 미국의 많은 고교나 대학에서 한인 학생들이 수석졸업의 영예를 차지하거나 박사학위를 받는 일은 이제 흔하게 접하는 소식이 되었다. 우수한 학업 성취는 기쁘고 치하할 일에는 틀림없으나 여러 통계수치에 따르면 성적이 인생항로에서 절대요소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한국과 미국의 명문대학 입학생 치고 과거에 1,2등 하거나 수재 소리 듣지 않은 학생이 없는데 졸업 후 그들의 행적을 보면 그렇고 그런 대학의 졸업생과 비교할 때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다. 크게 출세한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후자가 더 많다고 할까. 현대가 아무리 무한 경쟁사회라고는 하지만 성공이 학력에 달려있지 않음을 보여주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부모들은 공부 못지않게 자녀들의 가치관, 근면과 성실성, 뿌리교육 등 건강한 정신세계를 구축시키는데 보다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녀가 훌륭하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 부모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한인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대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국어 공부에 대한 인식이다.
첫째, 자녀들이 한국어를 모르면 원만한 가정을 이루기 어렵다. 이민가족 간에 특히 필요한 것은 대화인데 부모들이 자녀들과 영어로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하는 가정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부모와 자녀 간의 불화와 갈등은 대부분 말이 통하지 않는데서 출발하고 있다.
또한 대충 통하면 됐지 따로 무슨 한국어를 공부하느냐고 하지만 읽고 쓰지 못하는 언어는 사실 안다고 할 수없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책을 읽을 수 없거나 한글로 편지나 이메일을 주고받을 수 없게 된다면 소원한 사이로 발전되는 것은 시간문제이고 결국 잃어버린 자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 일부 부모들은 막연한 기대감 속에 자녀에게 한국어 보다는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을 배우도록 하는데 지금은 영어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자유롭게 사용되는 만국 공용어이니만큼 굳이 학구적이거나 특별한 목적이 아니라면 손쉬운 한국어를 선택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 이제 한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고 지구 곳곳에 한국회사들이 진출해 있으며 한국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이곳 미국에서 조차 한국어를 아는 졸업생들이 취업에 우선권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
셋째, 한인으로 남아있으려면 즉, 한국의 뿌리를 갖고 있으려면 한국어를 알고 있어야 가능하다. 한국어와 관습을 모르는 자녀는 겉만 한인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전통과 문화는 언어로 보존되고 역사로 남는다. 말과 글이 없는 민족은 뿌리를 상실하고 결국 역사에서 사라지고 만다. 한국어를 모르는 가정,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한인커뮤니티가 과연 한국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어는 자녀들이 한인이기 때문에 꼭 배워야 하는 필수과목이다. 한인 학부모들이 학부모회 등을 통해 학교행사에 적극 협력하고 있으나 먼저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지 못한다면 이는 정말 실속 없는 활동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26일 한인타운에 있는 코행가 초등학교에서 58년의 교직생활에서 은퇴하는 로이드 하우스키 교장은 미국 최초로 한국어 이중교육을 시작한 분이다. 그는 이날도 “영어뿐만 아니라 부모 나라의 언어와 문자를 아는 것이 어느 것 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는데 한인 학부모들이 마음 깊이 새겨 보아야 할 말이다.
조만연
수필가·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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