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칼라의 중산층 커뮤니티가 밀집한 오하이오, 데이튼 인근에서 젊은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개 진로가 정해져 있었다. 보수 좋은 GM 공장이나 델파이 자동차 부품 공장에 취직하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경기 침체와 제조분야의 인원 감축으로 이런 취업 기회들이 사라져버리면서 많은 젊은이들은 방향을 잃고 혼란에 빠져 있다.
GM 등 공장밀집 지역 취업난 심각
고교 졸업생들 대학 진학하거나 입대
이들 젊은이들은 그래서 그 집안에서는 생전 처음일 지 모를 새로운 길을 생각하고 있다. 바로 대학이다.
데이튼 교외의 웨스트 캐롤튼 고교 진로상담 카운슬러인 캐롤 로미는 말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말하곤 했어요. ‘나는 대학에 갈 필요가 없어요. 아버지를 따라 GM에 가서 일하면 잘 살 수 있거든요’ 하고 말이에요. 이제 GM이 문을 닫았으니 그런 가능성은 사라진 것이지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브랜든 애브니는 인근 모레인에 소재한 GM 트럭공장에서 일하고 싶었었다. 그런데 지난 12월 그 공장이 폐쇄되면서 소방관이 되기 위해 18개월 짜리 대학 프로그램에 등록을 하기로 했다. “GM이 그렇게 되고 난 후 취직을 하려면 대학에 가야한다”고 그는 말했다.
최근 졸업한 데자레이 오스틴은 GM에서 일하던 아버지가 실직해 일자리를 찾아 타주로 떠난 후 친구 집에 같이 살고 있다. 지금 같은 취업시장에서 고교 졸업 학력으로 그가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패스트푸드 식당이나 수퍼마켓의 시간당 7달러 50센트 조금 넘는 자리 뿐이다. 그래서 그는 의료 보조원이 되기 위해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을 한다.
닉 세일러스는 할아버지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고 싶었었다. 할아버지는 델피의 전신인 델코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36년 간 일하면서 커다란 집도 사고 다섯 자녀도 길러냈다.
그런데 공장이 문을 닫고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최근 공장 폐쇄 과정에서 감원되면서 닉은 군대에 입대하기로 했다.
“뭔가 안전한 게 필요했어요. 무슨 일이 생기든지 군대에 있으면 항상 일자리가 있을 테니까요. 감원 당할 염려가 없잖아요. 우리 부모님이 겪은 일을 나는 겪지 않아도 되지요.
경제가 수십년 만에 최악의 상태인 지금 수백만의 10대와 20대는 자신의 진로를 두고 고심 중이다. 불황에 사회 첫발을 내딛은 이들 R(Recession) 세대는 바라던 일자리들이 경기침체로 사라지면서 차선에 만족하거나 돈이 덜 드는 우회를 시도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얼마 전까지 4,000명을 고용했던 거대 기업 GM 공장이 문을 닫은 데이튼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국의 수백만 젊은이들의 앞에 놓인 현실은 제조업은 더 이상 중산층으로 가는 컨베이어 벨트가 아니라는 것이다.
데이튼은 이러한 경제적 사회적 변화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있다. 지난 2000년 이후 이 지역에서는 일자리가 12%나 줄어들었다. 7만9,000개에 달하던 공장 일자리는 지난 10년 사이 절반에 해당하는 3만8,000개가 사라졌다.
거대한 GM과 델피 공장들이 문을 닫은 것뿐 아니라 이 도시의 보석 같던 기업 NCR이 본사를 애틀랜타 부근으로 옮긴다고 최근 발표했다.
혁신적 이미지로 뭐든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했던 이 도시로서는 엄청난 타격이다. “60년대와 70년대에는 델코, NCR, 프리지데어, 인랜드, 데이튼 프레스, 크라슬러 등에서 좋은 일자리들을 쉽게 구할 수 가 있었다. 보수도 좋고 베니핏도 좋았다”고 모레인 시 매니저인 데이빗 힉스는 말했다.
웨스트 캐롤튼 고등학교의 프레드 게론 교장은 1966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가겠다고 부모에게 말했을 때의 일을 지금도 기억한다.
“두분이 눈이 둥그레 지던 생각이 납니다. 아버지가 그러시더군요. ‘그럴 필요가 있겠니? 형이 일하는 제철소에 취직하지 그러니?’ 하고 말입니다”
GM의 지역 노조 재무담당인 롭 알세트의 경우는 1989년 19살 때 취직해서 그 다음해 집을 사고 가정을 이뤘다. GM의 초봉은 문 닫을 당시 시간당 28달러였다. “감원당한 친구들 중 새로 구한 직장에서 제일 많이 받는 것이 내가 듣기로는 시간당 13달러”라고 그는 말했다.
데이튼의 경제에서 가장 반짝하는 부분은 라이트-패터슨 공군기지이다. 1,000개의 일자리를 새로 추가할 계획인데 이중 1/3은 박사학위를 요구한다.
고등학교 졸업장으로 개인이나 가족이 먹고 살만큼 보수가 좋은 직장을 찾던 시대는 분명하게 지났다고 데이튼의 싱클레어 커뮤니티 칼리지의 진로 상담 디렉터인 매트 마시는 말한다.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후 싱클레어 칼리지의 등록학생 수는 14% 증가했다. 상당부분은 감원당한 근로자들이 학교로 돌아오고 냉랭한 취업시장이 고교 졸업생들을 대학으로 몰아버린 결과이다.
싱클레어에서 언어학을 공부하는 애담 스미스는 또 다른 이유로 이 대학을 선택했다. 학비가 싸기 때문이다. 통역사가 되고 싶은 그는 4년제 대학에 갈 수도 있었지만 돈을 절약하기 위해 첫 2년은 싱클레어에서 공부하기로 했다. 이 대학에서는 크레딧 당 43달러면 된다.
그래도 학비와 자동차 비용을 벌기 위해 그는 스코키 본스라는 바비큐 식당에서 일주일에 30시간씩 테이블 치우는 일을 한다. 많은 학생들이 그렇게 장시간 일을 하다 보니 커뮤니티 칼리지 학위를 따는 데 보통 3년이 걸리곤 한다.
웨스트 캐롤튼 고등학교의 졸업생 진로 상당 카운슬러인 토마스 코켄지는 학생들에게 상황이 어렵다고 목표를 바꾸지는 말라는 충고를 했다.
“뭔가 자신이 열정을 가지고 있는 일을 하라고 말합니다. 내가 보기에 학생들이 목표선을 낮추지는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 도달하려면 시간이 더 걸리겠지요”
진로상담 카운슬러들이 보기에 데이튼 인근의 졸업생중 거의 40%는 4년제 대학에 다니고 있고 경제만 되살아나면 이들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뉴욕타임스 -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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