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학비 걱정에 잠못 이루는 학부모들
열대야도 아니건만 요즘 남모르게 밤잠을 설치며 식은땀을 흘리는 한인 학부모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이유는 올 가을 대학에 입학하는 자녀의 등록금 납기일이 곧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자칫 납기일을 제때 맞추지 못하면 대학 합격이 취소될 수도 있어 불경기 여파로 납작 얇아진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노라면 학부모들은 깊어지는 근심과 밀려오는 서글픔에 눈물겨울 정도다.일부는 차라리 부유층이 아닐 바에야 아예 저소득층이었다면 오히려 더 많은 학비보조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어정쩡한 중산층의 삶만 고달프게 됐다는 하소연도 심심찮게 이어진다. 한인 차모씨(베이사이드 거주) 부부도 요즘 큰딸 몰래 한숨을 뿜어내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종업원을 모두 내보낼 만큼 경영이 어려워진 부모의 일손을 돕겠다며 타주 명문사립대학까지 포기한 딸을 억지로 뉴욕의 한 사립대학에 입학시키기로 한 것이 지금 와서 못내 후회스럽다.
차씨 부부는 “학비가 싼 시립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대학원만큼은 좋은 곳에 가겠노라며 오히려 부모를 위로했던 딸인데 부모의 자존심 때문에 괜한 허세를 부린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막연하게 부분 장학금과 연방학비보조로 그럭저럭 등록금을 해결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첫해에만 1만2,000여 달러를 부모 주머니에서 털어내야 하는 상황임을 최근에야 파악했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요즘 대학이 도입한 신용카드로 학비를 결제하고 싶어도 한동안 가게 매상이 곤두박
질치는 바람에 여기저기 메우느라 한도액을 모두 사용한터여서 막막할 뿐이다. 딸에게 미안한 마음만 앞선 차씨 부부는 속앓이를 하며 급전을 구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처지가 됐다.
부모의 직장을 따라 미국에 왔다가 뉴욕의 한 사립대학에 전액 장학생으로 합격한 한인 황모양. 하지만 기쁨도 잠시, 황양과 황양 부모는 영주권 소지자에 한해 장학금 혜택이 가능하단 사실을 뒤늦게 통보받고는 요즘 어찌할 바 몰라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느라 분주하다. 신분조건 규정을 미리 알았더라면 거주민이 아니더라도 상대적으로 학비부담이 적은 공립대학 진학을 결정했을 텐데 지금 와서 돌이키자니 마땅한 대안도 없어 난감해하고 있다.황양 부모는 “궁여지책으로 지역정치인 사무실까지 찾아갔으나 완전한 서류미비자도 아니고,
남다른 딱한 사정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별다른 방도가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며 한숨지었다.
워낙 경기가 어렵다보니 자녀가 장학금을 받고 입학하더라도 이래저래 들어가는 푼돈이 장난이 아니라며 부모들이 부담감을 호소하는 마당에 정부학비보조를 일부만 지원받게 된 학생의 가정들은 부족한 학비를 마련할 방법을 찾느라 이처럼 매일 밤 애간장을 끓이고 있다.
실제로 연소득 7만~12만 달러의 중산층 가정이 연방학비보조를 받고서도 각 가정마다 최소 1만~2만7,000여 달러의 학비를 직접 부담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는 실정이다.긴축재정 중인 대학마다 학비보조 규모를 줄여 추가 지원을 요청해도 큰 기대는 어려운 형편이다. 하지만 입학 직전 여름동안 예비신입생들이 당초 진학하려던 대학 대신 여러 사정으로 다른 대학으로 옮겨가는 이른바 ‘서머 멜트(Summer Melt)’ 현상이 올해는 불경기 여파에 따른 등록금 마련의 어려움 때문에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에게 배당됐던 학비보조를 대학이 다른 입학생에게 분배하기도 하므로 재정담당국에 문의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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