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렵다 어렵다 한다. 취업이 어렵다 어렵다 한다. 이 말들은 내가 대학 다닐 때부터 들어왔으니 10여년이 넘도록 들어온 말이다. 그러니 이젠 귀에 인이 박혀 아무리 지금의 어려움이 전과는 차원이 다른, 대공황에 버금가는 경제적 어려움이라 해도 별로 귀를 기울여 듣게 되지 않는다.
물론 나도 몸소 느낀다. 주변에 하나 둘 직장을 잃는 이들이 늘어가고 나 또한 그 누구보다도 위태위태하다(GM의 한 브랜드가 나의 광고주다).
자산 가치 하락과 실업률의 증가로 소비가 위축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는 등 경제위기가 우리 삶의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정말 이번 위기만 넘어서면, 전문가들이 얘기하듯 이삼년 후에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되면, 우리 개개인의 경제적 위기가 눈 녹듯 사라질까? 그때 되면 취업을 원하는 이들이 너도나도 직장을 구하고, 노력한 만큼 대가를 받으며, 묵묵히 내는 세금만큼의 혜택을 골고루 누리며 살게 될까? 조금만 참고 또 견디면 우리가 원하는 윤택한 삶은 곧 도래할 것인가?
고아처럼 혼자 어렵게 살아가는 아이가 있었다. 찢어질 듯 가난했고, 자기보다 큰 수레를 끌며 입에 풀칠을 했다. 아이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하루하루 꿋꿋이 살았다. 힘들 때마다 천사가 나타나 희망을 버리지 말라고 귀에 속삭였다. 천사의 말에 힘입어 병약해진 몸으로 계속해서 일을 하다가 결국 아이는 세상을 떠나고 만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하얀 옷을 입었던 천사는 제 본래 모습인 시커먼 악마로 변한다. 어디선가 본 짧은 만화 속 이야기이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삶은 도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경제적 안녕과 행복이 단순히 개인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고 한다면 그 가능성은 더 희박해 보인다. 왜냐하면 우린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있으나 경제적 안정의 길은 더욱 요원해 보이기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우리 개개인의 나태나 노력 부족으로 온 것이 아님은 자명한 일이다.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행해지고 있는 구조조정이나 긴축재정 등은 더 많은 해직과 고용불안을 야기한다. 기업이 살아야 조직원이 살아 남는다는 논리로 대중의 이해를 구한다. 이러한 경제논리 속에서 등 터지는 건 힘없는 개인의 몫이다. 경제위기가 닥치면 금을 모아 내놓는 것은 국민이었으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군소리 없이 나가 주는 것도 사원의 몫이다.
위기를 불러일으킨 정책 입안자들이나 잘못된 결정을 내린 기업가들이 자신의 재산을 조금이라도 내놓는 일을 본 일이 있는가. 그렇다고 이 힘겨운 경제적 위기를 모두 기업가, 정치가들의 탓으로 돌리고 손 놓고 있자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도대체 왜 이런 위기가 왔으며, 왜 이렇게 우리 삶의 하루하루를 옭죄고 있는지, 개인의 태도나 노력에 달린 문제인지 근본적인 제도의 문제인지 바로 알자는 얘기다. 그래야 해답도 보일 것이며,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도 알게 될 테니 말이다.
내일 당장 몇 안 되는 짐을 싸서 나오게 될지도 모를 직장이다. 하지만, 그렇게 불안하거나 의기소침하지는 않다. 모아 놓은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직이 수월하지도 않겠지만, 적어도 이것이 나의 잘못이 아니며 나의 노력으로 바뀔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다. 더 이상 경제가 곧 회복된다는 허울 좋은 말에 넘어가 어설픈 희망을 품지 않을 자신 또한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무엇이 우리 삶에 녹아 있는 진리인지를 알아가는 것이 우리 삶의 소명일 것이다. 달콤한 악마의 말에 우리 자신을 죽음에 이르게 해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김진아/ 캠벨 이웰드 시장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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