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포웨이의 벨러스 아카데미. 하얀 실험용 가운을 입은 학생들이 화학 공부를 하고 있다. 화학 전공 학생들이 아니다. 머리 염색 상급반 학생들이다. 홀 아래쪽 미용 클리닉에서는 학생들이 환한 조명의 확대경을 대고 사람들의 피부를 점검하고 있다. 그 보다 몇 교실 아래에서는 마사지, 지압 전공 학생들이 해부학 도면을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있다. 이것이 2009년의 미용학교 풍경이다.
“평생 직업으로 안정적”- 학생들 몰려
폴 미첼·아비다 등 대기업들 학교사업
미국 미용학교 협회 총무인 짐 콕스에 의하면 미용 분야의 직업을 찾는 사람들이 현저하게 늘고 있다. 지난 3년 사이에는 특히 두드러진다.
“새 학교들이 많이 문을 열고 있다. 미 전국의 미용학교는 이제 거의 2,000개교에 달한다”고 그는 말한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학교들이 소규모에 개인 소유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폴 미첼이나 아비다 같은 브랜드들이 미용학교 사업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미용학은 대단히 많이 변했다. 미용학교 교과과정을 보면 머리, 피부, 손톱 등 기본적 학과목은 여전히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 마사지, 안식, 피부 관리 등의 분야가 더해졌다. “미용업계가 과거에 비해 대단히 전문적이 되고 있다”고 벨러스 아카데미 소유주인 라이넬 린치는 말한다.
심신의 긴장을 풀어주는 마사지나 지압 등 스파에서 주로 제공하던 서비스를 이제는 점점 많은 미용학교들이 학과목으로 제공하고 있다. 벨러스 아카데미는 늘어나는 프로그램을 수용하기 위해 250만달러를 들여 8,000평방피트의 증축 공사를 막 끝냈다.
2008년 이맘때 벨러스 아카데미의 재학생은 180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240명이 되었다. 전국에 89개 분교를 둔 엠파이어 미용학교의 총 학생 수는 2008년 4월에 비해 2009년 4월 17%가 늘었다. 폴 미첼 미용학교는 91개 분교를 두고 있는 데 등록 학생 수가 2008년 5월에 비해 2009년 5월 14% 증가했다.
한편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오지만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가 미용 분야 커리어를 갖기 위해 등록하는 나이든 학생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미용학교협회의 콕스 총무는 말한다. 엠파이어 미용학교의 프랭크 쇼니먼 학장은 재학생의 적어도 절반은 다른 대학에 다니다가 온 학생들이다. 일반 대학에서는 취업 준비가 전혀 안된다고 판단해 옮긴 것이다.
인디애나폴리스 소재 엠파이어미용학교에 재학 중인 앤젤라 오브라이언은 트럭 회사의 총무 담당 디렉터였다. 그러다가 지난해 감원을 당했다. 회사의 최대 고객들이 미국 자동차회사들이었던 것이 그 배경이다. 그는 장기적으로 직업이 보장되는 업계로 옮기고 싶어 미용학교를 선택했다.
수입 면에서 볼 때 미용업계는 이번 불경기 중에도 그런대로 매상이 꾸준했다. 경기침체로 업계가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크게 타격을 입은 것은 아니었다고 오브라이언은 말한다.
“누구나 헤어 커트는 해야 하니까요. 돈을 덜 쓸 수는 있어도 커트를 안 하고 살수는 없으니까요”
오브라이언이 보기에는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것도 이 직업의 매력이다. 그는 두 아이의 엄마다. 연방 노동통계국에 의하면 미용업계 종사자의 46%는 자영업으로 근무시간이 자유롭다.
트럭회사에서 주 60시간 근무에 하루 24시간 대기를 해야 했던 그로서는 반가운 변화이다.
“학교 연극에 참석하거나 가족 휴가를 가면서 죄책감을 느끼는 걸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다”고 그는 말한다.
미용업에 대한 대중적 인식도 바뀌었다. “과거에는 대학에 못 들어가는 아이들이 미용학교에 가는 것으로 되어있었다. 그런 스테레오타입은 사라졌다”고 콕스는 말한다.
존 프리다 같은 헤어스타일리스트나 바비 브라운 같은 화장전문가들은 이제 유명인사이다. 그런 것이 한 세대 전에는 없던 후광 같은 것을 미용이라는 직업에 부여하고 있다고 업계 종사자들은 말한다.
미용 전문가가 되려면 10-18개월의 훈련기간이 필요하다. 학비는 학교와 프로그램에 따라 달라서 8,000달러에서 1만8,000달러 정도. 그리고 나면 자격증 시험을 보기 전에 1,000-1,200 시간의 실습기간을 거쳐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 미용학교들은 고교 졸업장이나 그에 준하는 과정 이수를 요구한다. 미용학교를 졸업하면 학생들은 미용실이나 스파 혹은 영화나 연극, TV의 스탭으로 일을 한다.
졸업생들 중 많은 숫자는 스파에서 일을 하게 될 전망이다. 스파는 마사지, 피부관리, 전신관리의 3개 서비스 중 최소한 2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소로 국제 스파협회는 정의한다.
벨러스 미용학교에서 심신건강 관리요법을 전공한 토팽고 세구라는 오는 8월에 졸업 예정이지만 샌디에고에서 마사지 요법사로 일하기로 이미 취업이 되었다.
미용업이라는 직업에 부정적인 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헤어 스타일리스트나 염색 전문가들은 거의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해야 한다. 그래서 정맥류나 요통이 생길 수가 있다. 아울러 화학제품과 늘 가까이 하는 것이 문제이고 많은 경우 손목통증을 직업병으로 얻기도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봉급도 적다. 팁과 커미션을 합해서 시간당 8달러에서 14달러 정도이다. 파트타임 종사자나 자영업자는 대개 의료보험도 없다.
미용실과 스파는 일반적으로 주 단위로 봉급을 주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한 데 대한 커미션을 준다.
처음 시작할 때의 봉급은 대개 낮지만 경험이 많아지면서 봉급이 크게 올라가는 것이 보통이다. 일류 미용사들은 10만 단위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
아울러 미용업의 좋은 점은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린치는 말한다.
“사람들은 기분이 좋아지기 위해 미용사를 찾아옵니다. 그런 사람들을 하루 종일 돌보다 보면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정말 기분이 정말 좋아지는 겁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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