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적 차이
지난 4월 1일 오바마 대통령 부인 미셸 오바마가 20개국 정상회담 리셉션에서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을 만났을 때 여왕의 어깨 뒤에 손을 얹은 사진이 보도되면서, 크게 여론이 일었다.
“감히 여왕을!”이라는 결례였다는 반응부터, 여왕이 대통령 부인의 허리를 감싸 안은 사진을 올리면서 “여왕도 기뻐했다”라는 우호적인 반응까지 이어졌다. 왕국의 전통과 격식을 준수해야 하는가, 아니면 21세기 미국인의 자유롭고 우호적인 몸가짐을 허락해야 하는가를 가름하고자한 반응이었는데, 문화적 차이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서울에 사는 한 교수의 부인이 3년동안 의식을 차리지 못한 상태로 지내다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받았다.
입원해 있는 부인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방문한 그 교수의 사정을 잘 아는 하와이의 친한 몇몇 분이 근조의 글을 보냈다.
서양인 남성은 곧 이메일로 근조의 뜻을 밝혔다. 한인 남성은 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냈다.
한인 여성은 며칠을 생각, 생각하다가 하얀 메밀꽃이 아련하게 피어있는 풍경사진의 근조 카드에 조심스럽게 글을 써서 우편으로 보냈다.
근조를 표현함에 미국인과 한국인, 또한 남성과 여성이라는 문화적 차이를 보여준 예이다.
칼라 힐스(Carla Hills)가 1989년부터 1993년까지 미국무역대표부의 대표로 한국 관료들과 쌀 개방 문제를 협상하였다.
힐스의 협상에 끌려가는 인상을 주는 한국측 협상자들을 옹호한 한국 신문은 그녀의 이름에 빗대어 “칼같은 여자”라느니 “철의 여인”이라는 표현을 쓰기에 바빳다.
그러나 그가 철두철미 준비하는 변호사 출신이며 주택장관 등 고위 관리직을 두루 지낸 준비된 협상자라는 점을 이해하기에는 소홀했다.
신문 기자들은 물론, 쌀 개방 문제를 협상하는 한국 관료들이 미국인 여성, 더구나 여성 고위 관료와 일을 해 본적이 없었던 시절이다. 문화적 차이는 물론, 심적 차이는 너무나 컸다.
미국인이 아무리 한국을 잘 알고, 문화를 이해하더라도 한국인의 근조 표현의 격식을 이해하고 따라하기는 어렵다.
한국인이 몇 십 년을 미국에서 살더라도 한국인을 만나면 허리 굽혀 인사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다문화권에 살고 있는 우리는 미국의 문화, 또 다민족의 문화를 조금 더 이해하도록 노력하면 좋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