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미국 기업들의 출장 패턴이 바뀌고 있다. 출장 기간이 짧아지고, 횟수가 줄어들고 있다. 가능하면 아예 출장을 없애버리기도 한다. 출장 중 머무는 호텔이며 식사도 과거의 호화판은 사라지고 대폭 검소해졌다. 덕분에 항공업계와 호텔 업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업들 경비 줄이려 출장비 절감에 혈안
일등석 타고 일류호텔에 묵던 출장은 옛말
출장 기간 줄이고 아예 출장을 없애기도
지난 3월 경질된 릭 웨고너 GM 최고경영자의 후임인 프리츠 헨더슨은 승진한 날 GM을 포함, 다른 어떤 대기업 CEO도 하지 않았을 일을 한가지 했다. 상업용 여객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대기업 중역들의 출장이 하향 곡선의 해를 맞았다. 기업들은 회사용 제트기를 팔아버리고, 1등석 비행기 표는 뒷자리 일반석 표로 대체되고 있다. 호텔 스위트룸은 절약형 체인의 방 하나짜리 객실로 바뀌었다.
객실만이 아니다. 식사 때도 비싼 포도주를 병으로 시키던 것이 잔으로 몇 잔 마시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뭐든지 이름에 ‘스파’가 붙는 것은 회사 회계국에서 그냥 넘어가지를 않는다. 몇 달 전까지 만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던 지출을 꼼꼼히 따지고 드는 것이다.
출장 패턴이 절약형으로 바뀌면서 여행업계가 그 파장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콘티넨탈 같은 항공사와 매리옷 인터네셔널 같은 호텔들은 이번 1분기 중 예약 건당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20%나 줄었다.
기업들은 출장계획 담당부서에 전에 없던 주문들을 하고 있다. 출장 직원을 위해 호텔 예약 시 숙박비를 깎는 것은 물론이고 전 같으면 으레 지출되던 아침 회합의 식사를 거저 제공받는 등의 서비스까지 알아보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 하다못해 호텔 음식 대신 경비절감을 위해 직접 음식을 싸가지고 가도 되도록 호텔측 에 요구하는 회사들도 있다.
그런가하면 시장이 약세로 몰린 상황을 이용, 길게는 앞으로 2년 후에 쓸 객실을 예약하면서 가격을 협상하는 회사들도 있다.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구매자 시장이 지금 한창 무르익어 있다”고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비즈니스 트래블의 국제 담당 부사장 프랭크 슈너는 말한다.
어려워진 상황에 맞게 경비 절감 아이디어들도 속출하고 있다. 북동 루이지애나 경제 연맹의 최고 경영자 태나 트리셀은 소속 지역 홍보를 위한 회의에 참석할 때면 고객들을 비싼 식당으로 초대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시카고로 출장 갔을 때 그는 텍사스 스타일 식당인 스모크 바비큐 집에서 손님들을 접대했다. 덕분에 3명의 식사비용이 다른 때 같으면 수백달러가 들었을 것을 50달러로 끝낼 수 있었다. 게다가 술은 명품 보르도 와인 대신 근처 가게에서 산 맥주를 마셨다.
요즘 적응에 가장 애를 먹기는 회사 제트기로 날아다니던 사람들이다. 여러 해 동안 사적인 공간에서 특별 식과 세심한 서비스를 받으며 날아다니던 사람들이 갑자기 낯선 공공장소로 밀려난 것이다.
자동차 업계 최고 경영자들이 지난 가을 워싱턴으로 구제 금융을 얻으러 가면서 회사 제트기를 타고 간 것이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린 것이 계기가 되었다. 당시 “빈민 급식소에 온 사람이 턱시도를 입고 나타난 것 같은 모양새”라고 개리 애커먼 연방하원의원(민·뉴욕)은 비난했었다.
이후 GM, 포드 등 대기업들은 제트기를 없애버렸다. 그러자 항공사들이 이 틈새를 노리고 들어왔다. 특히 제트 블루는 출장가는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했다. 제트 블루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이런 문구의 광고를 하고 있다.
“제트 블루의 요금은 아주 쌉니다. 말하자면, 귀하 소유의 제트기를 탈 때 시간당 5,300달러가 들던 것에 비해 아주, 아주, 아주 쌉니다”
상업용 여객기를 이용하던 고객들도 비용 절감에 혈안이 되어 있다. 콘티넨탈 항공에 의하면 과거 출장 시 1등석을 예약해주던 직원에게 이제는 회사들이 일반석을 예약한다.
이렇게 좌석을 몇 등급 낮추거나 출장을 아예 안 보내는 추세로 인해 콘티넨탈은 2009년 첫 3개월 동안 1억3,6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2008년 1분기와 비교해 이 기간 전반적 탑승객으로 인한 수입은 18.8% 떨어졌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비즈니스 트래블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경비 절감을 위해 애쓴 덕분에 각 여행자들이 쓰는 비용은 상당히 줄어들었다.
지난해 항공 여행자들의 평균 편도 비행기 값은 246달러로 지난 5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봄과 여름 유류가격의 급상승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올 1분기 평균 편도 비행기 요금은 213달러였다. 유류 가격이 내린데다 회사들이 출장비용을 제한한 결과이다.
마찬가지로 호텔 투숙 비용도 뚝 떨어졌다. 미국 내의 경우 2009년 1분기 평균 호텔 숙박비는 하룻밤에 180달러로 지난해의 208달러보다 떨어졌다. 해외의 경우는 지난해 하룻밤에 252달러였던 것이 올 1분기에는 228달러로 줄어들었다.
기업들이 출장 직원의 숙박 경비 절감에 신경을 쓰면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는 것은 소규모의 검소한 숙박업소들. 전에는 눈도 돌리지 않던 숙박시설들에 기업 고객들이 모여들고 있다.
이들 숙박업소에 의하면 그나마 마지막 순간 예약이 많다. 회사나 정부 기관들이 출장을 꼭 보내야 할지 안 보내도 될지를 마지막 순간까지 저울질 하다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출장을 보내고 나서도 회사가 경비를 꼼꼼히 체크, 직원들은 전같이 일류 식당에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이제 출장 중에는 15달러짜리 아침식사를 룸서비스 받는 대신 호텔에서 나와서 산보도 할 겸 거리를 걷다가 근처 커피샵에서 요거트나 과일, 머핀이나 베이글로 아침식사를 하라고 전문가들은 충고한다.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이런 시절에는 불평을 하는 대신 상황에 맞게 적응을 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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