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바닥의 모습인가? 새크라멘토는 미국에서 부동산 버블이 가장 먼저 터진 곳의 하나다. 이제 이곳은 회복의 초기 단계에 들어간 것 같은 모습을 보여 불안과 문제에 싸인 미국 경제에 희망의 빛을 던져 주고 있다. 주택 경기 회복의 전조인 투자가들과 첫 주택 구입자들이 몰려들어 값싼 차압 주택을 노리고 있다.
차압 매물 쏟아지며 가격 내리고 매매 늘어
바닥 도달 낙관론과 아직 멀었다 신중론 대립
작년보다 매매가 45% 증가하면서 엄청난 양의 재고가 줄어들고 있다. 2000년대 초 수준으로 떨어졌던 집값도 안정돼 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라스베가스와 플로리다 일부 지역, 남가주 인랜드 엠파이어 등 극심한 침체를 보였던 다른 지역도 사정이 개선되고 있다. 3월 라스베가스 주택 판매는 전년에 비해 35% 올랐다. MDA 데이터퀵의 분석가인 앤드루 르페이지는 “아직 회복이 미미하고 다시 주저앉을 수도 있다”며 “그러나 역사는 가격이 바닥을 치기 6개월 전 모습이 이렇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주택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주가도 오르고 있다. 3월 주택 매매 기대지수가 예상을 깨고 내려가는 대신 오르고 건설 지출도 늘어났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미 증시를 대표하는 S&P 500지수는 지난 3월 올 들어서만 25% 하락을 기록했지만 이제는 플러스로 돌아섰다.
2005년 중반 가격에서 반 토막이 난 집값이 곧 이 수준으로 회복되리라고 말하는 새크라멘토 주민은 없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은 더 이상 사정이 나빠지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다. 르페이지는 “더 이상 가격이 떨어지지만 않아도 큰 다행”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바닥을 치면 차압이 늘어나지 않고 은행은 담보가치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융자를 잘 해준다. 전국적으로는 주택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조짐은 미약하다. 전국 부동산 협회에 따르면 3월 기존 주택 매매는 작년에 비해 7% 감소했다. 현 주택 재고가 팔리는데 걸리는 기간은 10개월로 지난 1년간 변함이 없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다.
그러나 8,000달러에 달하는 연방 세금 크레딧이 발효되기 이전인데도 첫 주택 구입자가 전체 시장의 53%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택스 크레딧이 발효되고 이자율이 낮은 상태로 머물면 판매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협회는 3월에 계약한 매매 건수가 전년에 비해 1%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4월과 5월 기존 주택 매매 통계에 반영될 것이다.
주택 매매 건수는 주택 가격보다 먼저 회복되는 것이 보통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많은 지역의 경우 주택가 하락은 오히려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연구 기관인 퍼스트 아메 리칸 코어로직은 “2월 주택가 하락의 폭과 깊이는 더 나빠졌다”고 보고했다. 피치사는 주택가 하락이 내년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며 하락 폭도 종전 10%에서 12.5%로 더 늘려 잡았다.
이런 불확실성 속에 새크라멘토는 테스트 케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이 지역은 2000년대 초 붐 을 누렸다. 새크라멘토 카운티 인구는 샌프란시스코 주민들이 값싼 주택을 찾아 이동하면서 10% 늘어난 140만을 기록했다.
시장이 꼭지를 치고 비싼 모기지 재융자 길이 막히면서 재난이 시작됐다. 2005년 이래 2만 8,898채의 주택이 차압됐다. 고가 주택 판매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 (FRB)는 최근 은행 절반이 우량 모기지에 대한 심사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많은 사람들이 사고 싶어도 융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주택 판매 희망자는 때를 기다리며 가격을 내리려 하지 않고 있다. 새로 짓는 집은 거의 없다.
지금 주택 매매의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은 차압 매물이다. MDA 데이터퀵에 따르면 지난 3월 이곳에서 팔린 2,092채의 기존 주택과 콘도의 2/3가 차압 매물이었다. 이는 2년 전에 비해 8.5%가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싼 주택들은 주택 경기가 정점이었던 때처럼 주택 구입자들에게 활기와 좌절을 안겨주 고 있다. 레베카와 크리스 위트먼 부부는 지난 12월부터 집을 찾기 시작했다. 레베카가 새크 라멘토 주립대학의 체육 디렉터로 부임하게 돼 북쪽으로 2시간 떨어진 치코에서 바로 이사를 해야 했다.
두 달 동안 이들 부부는 대부분 20만달러 이하짜리 차압 주택 100채 이상을 돌아봤다. 20개 오퍼를 냈지만 응답이 온 경우는 거의 없었다. 여러 채를 한꺼번에 팔고 싶어 하는 은행들은 융자가 필요한 개인보다는 전액을 현찰로 낼 수 있는 투자가들을 원했다.
이자율이 내리면서 위트먼 부부는 가격을 올려 오퍼를 낼 수 있게 됐다. 이들은 결국 투자가 들로부터 샀다. 부동산 붐이 한창이던 시절처럼 지난 가을 17만 2,000달러에 3베드룸 집을 산 투자 그룹이 조금 손 봐 매물로 내 놓은 것이다. 위트먼 부부는 3주전 이 집을 22만5,000달러에 샀다.
레베카(31)는 “좋은 가격에 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 페이먼트는 재산세를 합쳐 1,200달러쯤 된다. 개 두 마리, 고양이 두 마리, 그리고 곧 나올 아기가 살 정도의 집을 렌트하자면 수백달러는 더 내야 한다.
사는 게 렌트하는 것보다 싸지면 주택 경기는 좋아지기 시작한다. 현재 팔리는 속도라면 새크 라멘토 지역 매물은 3개월이면 소진된다. 보통 때라면 이는 셀러 위주의 시장이다.
문제는 지금이 보통 때가 아니라는 점이다. 카운티 내 실업률은 수십년래 최고인 11.3%에 달하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차압 주택은 늘어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은행들이 지난 가을 시작했던 차압 중단 절차를 폐지하기 시작했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3월 새크라멘토 카운티 연체 통지서 발부 건수는 사상 최고인 2,819건을 기록했다. 올 여름과 가을 수천개의 은행 차압 매물이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라이언 부동산의 총책인 마이클 라이언은 “이런 이유로 시장이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 회 복을 점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말했다.
라이언은 가격은 더 내려가고 판매는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모기지 보험사인 PMI 의 수석 경제학자 데이빗 버슨은 부동산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는 그런 사람들의 비관론이 바로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한다. 그는 “바닥은 항상 상황이 엉망이며 지금이 바로 그렇다”라며 “그러나 향후 추세는 매매가 늘고 그렇게 되면 결국 가격도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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