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에 함경도는 야인과 접해 있었기 때문에 크고 작은 수령이 모두 무관으로 뽑혀 가는 것이 관례였으며 게다가 조정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꺼릴 것 없이 혹형하고 세금을 가혹하게 받아들였다.
간혹 문관을 보냈지만 수령으로 합당치 않은 자들이어서 백성들은 그들을 낮도적이라고 했다. 어떤 함경도 사람이 한양에 와서 성균관 앞에 이르러서 길을 같이 가던 사람에게 “이곳이 어떤 관청인가”하고 물으니 그 사람이 “이곳은 조정에서 낮도둑들을 모아서 기르는 모판이다”고 대답하였다.
또 고려시대 나득향이라는 사람이 백성들의 살을 깎아내듯 재물을 긁어모아 당시 권력자인 최항에게 아첨하여 제주부사가 되었다. 그 전에 송소가 제주 수령을 지내다가 횡령죄로 면직되고 나득향이 부임하게 되었는데 사람들이 말하기를 “제주가 전에는 작은 도적을 겪었는데 이제는 큰 도적을 만났구나”하고 걱정했다.
ㅁ이 이야기들은 조선시대의 실학자인 다산 정양용이 목민심서에서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예로 든 것이다.
왜 우리나라에는 과거 이처럼 부정부패가 심했을까. 역사학자도 사회학자도 아닌 필자로서는 그 연유를 정확히 밝혀낼 수 없지만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좁고 폐쇄적인 지역 국가 안에서 자원이 부족하여 경제가 풍족하지 못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남의 재산을 빼앗는 것이 상책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과거에는 지금처럼 민주정치도 아니고 개인의 인권과 재산권이 보장된 시대도 아니었기 때문에 정치권력을 악용하여 남의 재산을 빼앗는 것이 지름길이었다. 그래서 똑똑한 사람들이 권력을 쥐게 되고 그 권력으로 무지하고 힘없는 백성들의 재물을 갈취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민주주의 시대가 되었고 경제가 크게 발전한 오늘날에도 한국에는 부정부패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다.
그리고 이 부정부패가 다른 분야보다도 정경유착으로 인한 정치인과 관리들의 부정부패가 압도적으로 많다. 교통순경과 동사무소 직원에 이르기까지 일반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는 말할 것도 없고 5공의 전두환 대통령과 그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까지 모두 본인이나 가족, 친인척이 부정부패로 처벌을 받았다.
그런데 부정부패를 방지하겠다고 국가청렴위원회까지 만들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로 수사대상에 오르게 되었다.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가 일파만파의 파장을 일으키면서 한국은 부패공화국이란 오명을 다시 한번 과시하고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분야의 직업이 많은데 정치인이나 공무원처럼 공직을 수행하는 직업은 공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다른 직업에 비해 많은 권력이 부여된다.
그런데 이런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그 권력을 악용하여 돈을 벌려고 나선다면 사고가 난다. 공적인 일을 하기 위한 권력을 사적인 일에 쓸 때 부정부패가 된다.
세계 각국의 청렴도를 가리는 반부패지수에서 한국은 100여개 국가 중 중간 정도인 일부 남미국가와 동구국가, 남아공 수준이라고 한다. 경제력 10위를 자랑하는 한국의 수준이라고는 할 수 없다.
한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한다. 그런데 묘수가 없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 정권에 대한 사정바람이 불지만 그 정권도 또한 사정의 대상이 되곤 한다.
공직자들이 권력을 사리사욕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한 부정부패는 결코 사라질 수가 없다. 그러므로 부정부패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부정부패 공직자를 공직에서 영원히 추방하는 길 밖에는 없을 것이다.
청렴도를 공직의 제1조건으로 하여 부정부패를 저지른 경우 공직을 영구히 금지하거나 이미 퇴직한 부정부패자에 대해서는 가혹 한 처벌을 부과하는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이기영/ 뉴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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