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컴퓨터(PC)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를 주도하는 것은 엄청 얇고 싼 넷북이다. AT&T는 애틀란타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사면 초소형 랩탑인 넷북을 50달러에 팔겠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이곳에서 시험 판매를 한 후 이를 타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최소 한 휴대 전화 회사가 인터넷 고객들에게 이를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일본에서는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가격이 싸지고 있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PC와 이를 만드는 회사들은 랩탑 등장 이후 최대의 변화를 맞고 있다. 연말까지 소비자들은 한번 충전으로 하루 종일 쓸 수 있고 터치스크린이나 슬라이드 키보드가 있는 얇은 페이퍼백 사이즈의 컴퓨터를 보게 될 것이다.
일반 소비자 50%는 넷북으로 충분
인텔·MS 등 기존 업체들 타격
최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통신 컨퍼런스에서 주목을 끌었던 이 넷북은 에이서나 아수스텍 제품으로 빠르면 올 6월 선보일 예정이다. PC 그래픽 칩 메이커인 엔비디아의 젠-순 황 사장은 “올해 99달러짜리 인터넷 PC가 등장 할 것”이라며 “우리가 주로 사용하고 있는 PC는 새로 태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을 깨고 콸컴과 프리스케일 세미콘, 삼성 등 값싸고 전기를 많이 쓰지 않는 셀폰용 칩 메이커들이 이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셀폰용 칩을 PC에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다른 혁명 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PC 업계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들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신형 넷북들이 리눅스 소프트웨어를 쓰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는 특히 위험하다.
샌포드 번스타인사의 증권 분석가인 AM 사코나기는 “소비자 취향이 염가 PC로 바뀌면 제조업자로부터 소매 체인에 이르기까지 현 PC 산업 전체가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그렇지만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이 현재 거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업체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넷북은 일부 고객들에게만 매력이 있는 상품이다. 일부 제품은 PC라기보다 장난감이나 대형 셀폰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이들은 일반 PC 판매가 12%나 준 올해 판매가 2배나 늘 것으로 전망되는 등 PC 업계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금년 말까지 넷북은 PC 마켓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단기간 내 놀라운 성장이다.
넷북은 게임이나 사진 같이 복잡한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데는 적합지 않다. 이는 온라인 서비스를 주로 이용하고 여행 다닐 때 가볍게 들고 갈 수 있는 PC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격이다. 현재 팔리고 있는 넷북은 대부분 싸고 전기를 덜 쓰는 인텔사의 애톰 칩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80%는 구형 마이크로소프트 프로그램인 XP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신형 넷북은 셀폰 부품을 이용해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성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영국 ARM사의 ARM 장치를 이용, 셀폰 칩은 애톰보다 전기를 훨씬 덜 사용하고 여러 기능을 칩 하나에 몰아넣고 있다. 개 당 20달러 하는 이 칩은 애톰보다 매우 싸다.
그러나 이 칩에도 문제는 있다. 주요 윈도우 등 인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넷북 업자들은 마이크로소프트보다 훨씬 저렴한 리눅스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있다. 윈도우 XP 가격이 25달러인데 반해 리눅스는 3달러면 된다. 그들은 또 원래 셀폰 용으로 만들어진 구글의 앤드로이드 시스템도 시험해 보고 있다. 에이서나 델 같은 회사들은 이미 애톰과 리눅스를 결합한 넷북을 팔고 있다.
업자들은 이메일이나 페이스북, 유튜브 등을 보는 데는 ARM-리눅스 시스템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프리스케일은 14~ 20대 그룹에게 거저 넷북을 주고 어떻게 쓰나 지켜봤다. 이 회사 마케팅 디렉터인 글렌 버커스는 “그들은 아침 식사를 하며 인터넷 검색을 할 때나 학교에 노트를 할 때 이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 6월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전자 쇼에서 많은 회사들이 셀폰 칩을 이용한 넷북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샌디에고에 본부를 둔 콸컴은 셀폰 칩으로 세계를 주름잡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는 최근 고급 셀폰과 초 경량급 컴퓨터를 위한 스냅드래곤이란 칩을 개발했다. 이를 LG나 삼성 등 15개 제조업체들에 팔 계획이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소비자들은 300달러 이하짜리 컴퓨터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텔의 마케팅 책임자인 션 멀로니는 “이를 팔 때 어떤 기능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너무 좋아하기 전 이들 제품을 시험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넷북이 보편화 될 경우 이들 회사는 피해를 입을 것이다. 지난 4분기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상 처음 윈도우 판매 감소를 기록했다. 넷북이 그 원인이라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비스타 값으로 평균 73달러를 컴퓨터 제조회사로부터 받는다. 이는 넷북에 사용되는 XP 가격의 3배에 달한다.
애톰은 인텔에 있어 이익이 별로 나지 않는 제품이다. 소비자들이 넷북에 익숙해져 기존 PC를 사지 않을 경우 인텔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사코나기는 최근 보고서에서 소비자의 50%는 애톰을 사용한 넷북만으로 큰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윤이 별로 남지 않는 랩탑을 팔고 있는 HP나 델 같은 PC 제조회사들은 넷북을 이유로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에게 가격 인하를 요구할 수도 있다.
넷북 등장으로 가장 이득을 볼 사람은 셀폰 서비스 제공 회사들이다. PC 사용자들을 새 고객으로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넷북이 컴퓨터는 없지만 셀폰은 있는 수억명의 아동들에게로 PC 시장을 확대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황은 PC 업계가 전화기를 맞고 있다며 “밑바닥부터 시장이 완전히 뒤집힐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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