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예정대로 로켓을 발사했다. 정확한 결과는 시간이 좀 지나봐야 알겠지만 일단 북한의 로켓발사 기술이 진일보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었다. 또한 로켓발사의 기술적 성공여부와는 별도로 북한은 소기의 정치적 목적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로켓발사를 놓고 국제사회가 떠들썩하다.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가장 많이 노출되어 있는 한국과 일본은 특히 격앙된 분위기이다. 하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향후 전개될 한반도 상황이다. 북한의 로켓발사에 대응할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고 자칫 일본이나 한국 내 강경파의 목소리를 키울 염려도 있다.
북한의 이번 로켓발사는 과거처럼 출범 초기인 미 행정부의 입장과 의도를 테스트하고 외교적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더 나아가 김정일 체제 내부 문제가 더욱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정국이 북미협상차원을 넘어서서 매우 복잡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정부의 유화적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로켓발사를 강행한데에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문제, 권력승계 문제 등이 표면에 부상하면서 북한정권이 대내외적으로 김위원장의 건재를 과시하고 내부체제를 단속하겠다는 의도가 상당부분 작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내부의 사정 때문에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북한의 로켓발사에 대해 한·미·일 3국이 어느 때보다도 신속하고 긴밀한 협조 하에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지만 정작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것이 고민이다. 일단은 유 엔 안보리에 대북 제재안을 상정하겠지만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미 반대를 천명한 마당에 실효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자칫 이를 빌미로 북한이 6자회담을 보이콧하거나 핵실험을 재개할 수도 있으며 비무장지대에서의 무력출동 등으로 한반도가 긴장국면으로 갈수도 있다. 북미, 남북관계는 한동안 냉각기를 거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로켓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북한의 로켓발사는 한국과 일본 내 강경파의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국정부는 이미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 참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으며 일본도 이번 사태를 군비강화의 호기로 삼을 수 있다. 더 나아가 한반도 정세의 위기나 교착상태가 길어지면서 북한이 점점 실질적인 핵국가로 묵인되는 가운데 한국과 일본에서는 핵무장론이 제기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을 수도 있다.
이러한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선 미국이 한국 일본 등과의 긴밀한 공조 하에 하루 빨리 명확한 대북전략과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갓 출범한 오바마 정부로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긴 하지만 8년 전 부시 행정부 초기에 비해 한반도 정책라인은 경험 있는 베테랑들로 채워져 있으므로 의지만 있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특히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적어도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수준의 고위급 접촉이 시급하다.
한국도 대북관계에 있어서 좀 더 주도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현재의 남북 상황이 여의치는 않겠으나 고위급 채널을 복원하고 대북문제 해결에 적극성을 띠어야 한다. 그저 한미공조만을 외치거나 이번 기회에 북한의 버릇을 고쳐주어야 한다는 방식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북한 로켓발사의 후유증으로 향후 한반도 정세는 과거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심각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격앙된 분위기에서 벗어나 차분한 마음으로 인내심을 갖고 보다 큰 안목에서 로켓발사 이후에 전개될 상황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전략을 수립하는 일일 것이다.
신기욱/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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