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 대대적 감원 전망
인터넷에 밀려 매주 100만달러씩 적자
2003~2008년 사이 부수 1/3 떨어져나가
샌프란시스코는 특이한 도시다. 역사나 자연적 풍광이 독특하고 부유한 지식층이 많은 주민 구성도 그렇고 록 스타나 정치가, 인터넷 부호 등 예사롭지 않은 스타들도 풍성하다. 뉴스 미디어로 보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시장이며 저널리스트의 꿈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대표 신문인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지금 폐간 위기에 처해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의 소유주인 허스트 코퍼레이션에 의하면 지난 해 이 신문은 일주일에 100만달러씩 적자를 냈다. 더 이상 지탱하기가 어려워 신문을 매각하거나 문을 닫거나 이미 감축된 직원들을 다시 대대적으로 감원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광고수익이 줄어들어 고통 받는 것은 미국 신문업계의 전반적 현상이다. 그런데 SF 크로니클은 신문업계가 20% 이상의 이윤을 구가하던 시절에도 적자를 기록했다. 디 영 전 사주 가족과 신문사 경영진의 경영 실패가 원인이라고 미디어 분석가들과 허스트의 전 간부들은 말한다. 규모가 작은 지역 신문 이그재미너와 35년 간 동업관계를 유지했던 것이 결정적 잘못이었다고 이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그 뿐만은 아니다. 베이 지역의 지리적 특성, 인구 구성비, 타 지역 신문과의 경쟁, 테크놀로지 등을 감안할 때 이 지역은 미 전국에서 가장 신문 사업하기 힘든 시장 중의 하나다.
지역 신문은 그 지역을 꽉 잡아야 하는데 크로니클은 현재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지난 2003년부터 2008년 사이 이 신문의 부수는 ⅓이 줄었다. 미 전국 신문업계에서 가장 급속한 하락이다.
크로니클은 상당히 기이하고 독특한 성격의 신문이다. 그런 연유로 주요 언론상을 수상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동성애자 권리, 환경문제, 예술 등 그 지역 주민들이 열정을 갖고 있는 주제들에 대해서는 깊은 관심을 보여 왔다. 예를 들어 건축 비평가가 있는 신문은 전국에 몇 이 안된다. 현재의 건축 비평가 존 킹은 2번 퓰리처 결선에 올랐고 그의 전임자인 고 알랜 템코는 1990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가 그렇듯이 이 신문도 취향이 변덕스럽다. 예를 들어 스포츠 섹션은 녹색 종이에 인쇄를 하는 식이다. 과거에 그랬고 지금도 이따금 그렇게 한다. 그리고 최근에는 눈망울이 이상하게 생긴 토종 물고기에 관한 특집기사를 1면에 실었다.
하지만 신문을 가장 유명하게 만드는 요인은 열성 팬들을 갖춘 칼럼니스트들이다.
리아 가칙, 존 캐롤 등으로 이들은 다소 사적이고 절대적으로 지역인 이야기를 칼럼 내용으로 한다.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편집국장을 지낸 로버트 로젠탈은 “SF 크로니클은 작은 도시 특유의 문화를 칼럼니스트들을 통해 담아내는 신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계속 규모를 줄여가며 뒷걸음질을 치느라 이제는 그런 특성도 잃어가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
어느 청명한 주말이든 이 지역 인기 식당인 도티스 트루 블루 카페에 가보면 그런 추세를 한눈에 볼 수가 있다. 옥외 테이블에 줄지어 앉은 브런치 손님들이 몇 년 전만해도 음식 나오기를 기다리며 크로니클을 넘기곤 했는데 지금은 아이폰이나 랩탑을 두드리고 있는 것이다.
“전 같으면 신문을 읽던 사람들이 이제는 식사하는 내내 문자 메시지 보내고, 이메일을 보낸다”고 식당 주인인 커트 애브니는 말한다.
“식당 문 닫을 때면 손님들이 두고 간 신문이 정문 앞에 잔뜩 쌓였었는데 요즘은 겨우 몇 부 놓여 있을 뿐이에요”
미국의 대부분 신문들은 아직 이윤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 신문 부수와 광고를 깎아먹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인터넷의 ‘침략’을 제일 먼저, 그리고 가장 깊게 받고 있는 것이 베이 지역이다. 인터넷의 선두주자이자 크레이그리스트 같은 사이트의 고향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SF 크로니클의 웹사이트인 SFGate.com에는 신문 규모와 비교해 볼 때 비정상적으로 많은 방문객이 찾아들고 있다. 매달 300만에서 400만명에 달한다. 하지만 웹사이트 방문 빈도가 신문의 수익성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터넷 문제를 떠나서도 이 신문은 오래 전부터 지역적 특성상 어려움을 안고 있었다. 베이 지역에는 구심점이 되는 지역이 따로 없다. 게다가 샌프란시스코는 반도의 끝에 위치해 있어 교외지역을 갖지 못하고 있다.
베이 지역 전체 인구는 400만여명인데 비해 샌프란시스코 인구는 76만명에 불과하다. 대부분 인근 카운티들에 살고 있는데 지역마다 나름대로의 경제적 기반을 갖추고 있고 샌호제나 오클랜드 같은 도시를 구심점으로 삼고 있다. 지역 신문들이 따로 있는 것은 물론이다.
SF 크로니클은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압도적이다. 지난해 평일 기준 부수는 33만9,000이었다. 하지만 트럭에 실어 장거리 배달을 하면 남쪽에서는 샌호제머큐리 뉴스(부수 22만4,000), 동쪽에서는 콘트라 코스타 타임스(18만 1,000)와 오클랜드 트리뷴(9만2,000) 등 각 지역 신문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신문업이 번창했던 시절 지역 대표 신문들은 보통 메트로폴리탄 전체 신문 수익의 70%를 차지했다. 그러나 크로니클과 이그재미너는 가장 호황인 때에도 ⅓밖에는 수익을 챙기지 못했다. 지역 인구의 대부분이 타 지역 출신이라는 사실도 영향을 미친다. 사실 30% 정도는 외국 태생이다.
지난 수십년간 이그재미너는 보다 진지한 신문으로서의 성격을 유지한 반면 크로니클은 샌프란시스코의 정치적 진보 성향을 가장 밀접하게 반영해왔다.
이그재미너는 허스트 사 소속 신문으로 120년간 크로니클과 경쟁을 했다. 그러다가 1965년 두 신문의 부수가 거의 비슷했을 때 이들 신문사는 공동운영에 합의, 경비와 수익을 같이 나눴다. 그런데 1990년 후반이 되자 이그재미너의 부수는 크로니클의 ¼로 떨어졌다.
2000년 허스트 사는 크로니클을 6억6,000만달러에 매입함으로써 공동 운영을 끝냈다. 이그재미너를 폐쇄하지 말라 압력에 밀려 허스트 사는 6,600만달러의 지원금과 함께 신문을 지역 소유주들에게 넘겼지만 이후 이그재미너는 쇠락, 다시 팔렸다가 지금은 무가지가 되었다.
합병 당시 500명이 넘었던 크로니클의 편집국 인원은 조만간 예정대로 감원이 단행되고 나면 200명 이하로 줄어들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렇게 인원 감축을 해도 신문이 수익을 낼 수 있을 지는 의문이라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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