뺄셈과 나눗셈의 동무
중국을 여행하면서 배추가 순수한 우리말이 아니고 한자의 백채(白寀)에서 유래하였다는 것을 알고 얼마나 놀라고 실망이 컸던지 지금도 그 때를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알게 된 또 하나의 실망스런 사실은 ‘동무’라는 단어가 순수한 우리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은 동무라는 단어가 북한에서 즐겨 쓰는 용어이기 때문에 흔히 사용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친구보다는 동무라는 단어를 더 많이 사용하였다. 그런데 동무가 동모(同牟)라는 한자에서 변형된 것이라는 것이다.
同은 ‘한 가지 동’이고 牟는 ‘짝 모’로, 사람과 소가 같이함을 뜻한다. 소와 사람이 같이 짝이 되어 서로 주고 나누던 삶에서 유래하였다. 그래서 동모 =>동무는 ‘같은 짝’이라는 정겨운 뜻의 단어이다. 그래서 순수한 우리 말이 아니래도 좋다.
요사이 한국에서 <워낭소리>라는 다큐멘터리가 많은 관람객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 팔순 농부와 마흔된 소의 이야기이다.
30년을 함께 농사 짓고 살아 온 소가 마지막까지 할아버지를 도우고 죽어 땅에 묻히는 것을 기록한 것이다. 그야말로 동무였던 할아버지와 소의 이야기이다.
이 소와 할아버지는 서로 자기 것을 빼어 주면서 나누며 살았다. 할머니가 사료를 사다 먹이면 쉬울 것이라고 투정을 해도 끝까지 고집하며 손수 죽을 끓여 먹인 할아버지.
지금은 우리가 사회 환원이라는 단어 속에 살면서 서로 돕고 나누며 살고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우리에게 이익이 되지 않으면 나누지도 주지도 않는 덧셈과 곱셈에 더 가까운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워낭소리>의 그 소가 달구지에 땔감을 잔뜩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힘이 없어 걷지를 못하자, 할아버지가 그 땔감을 지게에 나누어 지고 걸었단다. 할아버지도 다리가 성하지 못해 잘 걷지 못하는데도. 이 것이 소와의 마지막 나누기였단다.
한편, 동무대신 사용하는 친구(親舊)의 친할 親이라는 한자는 ‘나무에 올라서서 바라본다’라는 글자로 “오랫동안 서로를 존중하는 사이”임을 뜻한다.
아무리 친구라도, 너무 간섭을 하지 말고 멀리서 바라볼 수 있는 간격을 두라는 인간관계의 뜻을 일러주는 것이라 생각된다.
우리 모두 서로 뺄셈과 나눗셈의 나날을 살아가는 동무가 되고, 서로를 존중해줄 수 있는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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