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형제들이 대기하고 있는 중환자실로 운구 커터가 옮겨져 왔다.
중환자실에서 안치실로,
곧바로 하강하는 엘리베이터를 거쳐, 이승이 아닌 듯 온통 환한 불빛만이 있는 구불구불
끝날 것 같지 않은 복도를 지나, 우리는 그렇게 따라 갔다.
철문은 열리고 닫히고, 벽에 설치된 철제 박스 문도 열리고 닫히고,
묵묵히 운구 커터만을 밀고 오던 ‘그’가 죄인의 모습으로 뒤따르며 도열하고 서 있는
우리를 향해 입을 열었다.
“10번입니다. 이 번호를 잘 기억하셔야 합니다.”
이제는 ‘그’가 정해준 10번이라는, 번호로 당분간은 기억되어야 하는 어머니.
세상은 이제 이승인 듯 아닌 듯, 온통 하얀 불빛일 뿐이었다.
윤석산(1947~) ‘10번’ 전문
기가 막힌 喪을 당하고 나면 모든 생각은 ‘죽음’에만 집중된다. 멀리 볼 수도, 생각할 수도 없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나면 그때야 뭔가 보이기 시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마지막으로 남겼던 말이나 표정을 더듬게 되고, 가족들은 했던 얘기를 거듭하는 것으로 추모는 계속된다. 점점 더 진하고 또렷해지는 기억. 마침내 그리움은 큰 폭으로 여울진다. 특히 육친을 여윈 슬픔이란 세월이 갈수록 감당 못하게 불어나는 강물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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