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을 한다고 이런저런 법안을 발의하고 입법을 했는데도 경기의 바로미터인 증권시장은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무슨 중요한 안건을 통과시키는 날에도 계속 떨어지기만 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주가가 단기적으로 오르내리는데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했으나 모든 이들이 쳐다보는 주가에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왜 이럴까. 엄청난 적자재정으로 돈을 쏟아 붓겠다는 데도 왜 자본시장에서는 계속 그렇게 그 장래에 회의적일까. 신년에 들어와서 미래의 경제에 대한 시장의 전망을 측정해 주는 다우지수는 25% 이상 떨어졌다.
그 해답은 간단하다. 오바마 정부의 경기부양책이라는 것이 시장에서 보기에는 도리어 경기회복에 독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믿을 수 있는 변화’란 구호로 당선된 대통령이 기존의 정책보다 좀 나은 방향으로 나라를 이끌어갈까 기대를 했던 경제인들은 이제 무책임하게 마구잡이로 부채를 빌려 옛날 하고 싶던 대로 써보겠다는 민주당 정부의 진짜 성격이 드러나면서 경제의 불확실성만 키우는 정책방향에 실망을 하고 있다.
백악관이나 의회에서나 지금의 경제문제를 부시 행정부의 잘못된 유산으로 계속 핑계를 대 고 있지만, 사실 지금의 불경기를 야기한 게 공화당의 잘못인지 민주당의 잘못인지 가린다는 것이 힘들 정도로 문제들은 서로 얽혀 있다. 그런데 어떤 행정부의 잘못이건, 침체된 경제는 15개월이나 되어서, 2차 대전 후 미국 경제가 경험한 평균 이상으로 이제 시간이 지나고 있다. 장기적인 경기회복을 위한 정책방향만 잡히면 경기회복의 전망이 보일 때가 된 것이다.
에너지 가격도 이제 꽤 내려오고, 단기 신용시장도 비교적 안정이 되어간다. 회사들은 신용만 괜찮으면 금융조달이 꽤 쉬워졌다. 이제 건강한 정책만 제자리를 잡으면 2009년이 가는 연말쯤엔 경기 회복의 가능성이 보이고 그러면 5~6월 정도에는 증권시장이 반등세를 지속할 준비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오바마 정부의 기본정책 접근 태도에 있다. 경기부양 한다며 엄청난 적자재정을 계획하면서 정말 미래에 도움이 될 장기적인 경제적 투자는 아주 면피용으로 조금 계획해 놓고 그동안 좌파 정치인들이 하고 싶었던 사회적 재정확대만 잔뜩 계획해 놓은 것이다. 이것은 그동안 눈치 보느라 못했던 것들을 “야, 이때다”하고 존경받지 못하는 상하양원 민주당 의원들이 모든 것에 부시 핑계를 대면서 이제 자기들이 한번 일을 망칠 차례가 왔다는 식으로 해놓은 것이다.
민주당 정부에서 해놓은 경기부양 법안들은 거의 다 경제 주체들의 투자촉진이나 근로의욕 향상을 도모한 게 아니고, 좌파들의 소득분배 평등의 정신과 자유경쟁 제한이 그 배경이다. 세계 경제 역사상 언제 어디서 정부 주도로 한 경제정책이 효과적으로 결과를 낳은 적이 있었는가. 건강의료 분야와 학자금 대부하는 사립 여신업체들, 탄산개스 분출하는 제조업체들, 모두가 2011년부터는 엄청난 세금과 규제가 올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는데 이 산업과 거기에 연관된 어디에서 쉽게 경기 호전이 되겠는가.
멀쩡하게 건전한 영업을 해온 은행들도 대출을 받아 간 기업들이 불경기로 고전하고 도산된 곳도 많이 생기면서 출혈로 신음하고 있는데, 이제 대출을 잘 모르는 파산법원 판사들이 모기지 조건을 아무렇게나 바꿀 수 있게 오바마 정부에서는 밀어가고 있다. 지금 백악관에서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같은 민주당 정치인들이 하는 얘기를 듣자면 마치 자유시장 경제 공격에 쾌감을 느끼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이러니 증권시장에서 돈들이 빠지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미국 경제의 자생력에 상당한 확신이 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경제의 자생력으로 이 경기는 풀릴 것이다. 옛날 같은 호경기는 당분간 오지 않겠지만, 약한 경기 반등은 올해가 가기 전에 오게 될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 의회의 반시장적인 정책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종열/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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