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연 `단독범행’ 인가, `은닉 재산 규모는
사상 최대의 다단계 금융사기 사건을 일으킨 버나드 메이도프가 12일 11개에 달하는 혐의를 인정하고 투옥됐지만, 그의 범행을 둘러싼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특히 수년간 650억달러에 달하는 천문학적 사기 행각을 벌이고도 이를 `단독 범행’이라며 모든 비밀을 혼자서 떠안고 감옥으로 향한 그에게 투자 피해자들은 넋을 잃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에서 최대의 의혹은 `미 역사상 최대의 사기 사건에 누가 도움을 주었는지’, 그리고, `돈의 행방은 어디로 갔는지’ 여부다.
그러나 메이도프가 미국 수사의 관행인 검찰과의 `협상’을 포기하고 자신의 유죄를 모두 인정한 것은 그가 자신의 공범이나 돈의 행방에 대한 진술을 끝까지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어 그를 둘러싼 의혹이 쉽게 파헤쳐 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메이도프는 법정 심리에서 자신의 가족들은 합법적인 사업을 해왔다고 밝혀 투자자들을 망연 자실케 하고 있다. 투자 피해자들은 상당액의 은닉 자산이 그의 가족들에게 스며들어갔을 것이고, 이를 검찰이 밝혀내 추징하면 잃어버린 돈의 일부라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검찰은 메이도프의 재산 상황을 추적하고 다른 공범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수사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검찰이 유력한 `공범’ 혐의자로 추적하고 있는 인물은 그의 부인인 루스 메이도프, 동생 피터 메이도프, 오랜 동업자였던 프랭크 디파스칼리와 수십년간 그 회계감사를 담당했던 제롬 호로위츠와 그의 사위 데이비드 프릴링 등 5-7명 선이다.
우선 부인 루스는 메이도프가 유력 인사들에게 투자 유치를 할때 그 옆에 항상 있었던 인물.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맨해튼 펜트 하우스를 비롯한 엄청난 재산이 부인 명의로 현재 둔갑돼 있는 상태다.
때문에 루스는 메이도프의 사기행각을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지만, 그녀는 이를 강력히 부인하면서 정부의 수사에 대비해 변호사를 새로 선임하고 재산 방어에 나선 상태다.
동생인 피터는 투자 사업과 직접적 관련성은 없는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그가 메이도프 회사의 명령 확인담당 최고 책임자(Chief Compliance Officer)라는 직책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 회사의 법 위반 사항과 관련된 행위에는 책임이 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버나드 메이도프 LLC 증권사’의 최고위 재정 담당자로 메이도프의 최측근이었던 프랭크 디파스칼리는 스스로를 `선물 거래 책임자’라고 말하고 다녔던 인물. 그러나 검찰 수사결과 실질적인 거래는 지난 13년 동안 단 한번도 없었다. 모두 신규 투자자에게 받은 돈으로 기존의 투자자들에게 수익이라고 돌려주는 수법을 썼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사기 과정에 깊이 개입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지만, 아직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것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메이도프의 두 아들인 마크와 앤드루도 메이도프투자증권 직원으로 일했다는 점에서 사기를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
회사 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 프릴링&호로위츠도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라있다.
1960년대초부터 메이도프의 회계를 맡아왔던 호로위츠는 자신은 전혀 몰랐다고 최근 인터뷰에서 밝혔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도 사기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지만, 검찰은 이 회사가 직원 세 명으로 이뤄진 허름한 회계법인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규모가 훨씬 작은 헤지펀드들도 미국 굴지의 회계법인을 이용하는 게 관행인데도 수백억 달러를 굴렸던 메이도프가 이처럼 영세한 회사의 감사를 받았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결국 메이도프가 회계법인과 짜고 벌였을 가능성이 적잖다는 얘기다.
이밖에 수십명의 회사 직원들에 대해서도 검찰이 수사를 펴고 있지만, 메이도프가 증권회사 경력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사람들을 직원으로 뽑아 자신이 시키는 계좌 관리 등만을 이들에게 맡겼다는 점에서 이들이 처벌 받을 개연성은 별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단계 금융사기를 벌인 탓에 남은 돈이 거의 없다는 메이도프의 주장에도 신빙성이 적은 것으로 수사 당국은 보고 있다. 메이도프는 검거 전 직원들에게 2억~3억 달러 정도만 남았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그가 올 초 170억 달러 이상을 운용했던 점에 비춰 이 중 상당액이 유럽 은행들에 숨겨져 있을 걸로 미 언론들은 관측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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