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슬럼독’ 성공으로 인도에 대한 미국인 관심 급증
인도 영화·음악 다운로드 폭발적으로 늘어
발리웃과 할리웃 합작도 갈수록 활발
의료·정치 분야서 인도계 눈부신 활약
뉴욕에 소재한 인도 발리웃(Bollywood) 영화와 음악, 비디오, 링톤 등의 최대 디지털 공급사인 사반의 공동창업자인 빈 바트는 “이제 주류 그로서리 스토어에서도 인도 식품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슬럼독의 성공으로 덕을 보고 있다. 바트는 “대단한 영향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미 i튠과 다른 메이저 캐리어들에서 기록적인 다운로드를 보이고 있으며 슬럼독 주제가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알라 라카 라만의 트랙과 앨범도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영화의 사운드트랙 i튠 앨범차트에서 탑에 올라있으며 아카데미상 이후 빌보드 차트에서도 26계단이나 22위에 올라있다. “사람들은 슬럼독을 구매한다. 또 그것은 사람들이 인도의 다른 영화와 음악 등 컨텐츠에 접근하는 시발점이 된다. 요즘은 이것이 인터넷으로 인해 너무 쉬워졌다”고 바트는 설명했다.
오랫동안 하이텍 분야에 밀집해 있었던 미국 내 인도인들은 이제 문화적으로 기지개를 켤 때라고 말한다. (인도인들은 미국에서 남아시안 가운데 가장 인구가 많은 민족이다.) “인도인들이 직업적으로뿐 아니라 문화적으로 미국에 상륙했음을 확인하려면 아카데미상을 휩쓴 슬럼독 같은 무언가 놀라운 일이 필요하다”고 ‘인디언 커런츠’의 라기니 스리니바산 편집장으로 말했다.
지난 수십년 간 ‘쿨한 인도’의 트렌드는 밀물과 썰물을 반복했다. “그것은 비틀즈와 라비 상카르, 마하라시 등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 요가가 주류로 자리 잡은 것을 보라”고 ‘푸타마요 월드 뮤직’의 설립자이자 CEO인 댄 스토퍼는 말한다. 이 회사는 최근 인도 음악으로만 된 자사의 첫 CD와 커피를 마시며 읽을 만한 책 ‘인도:문화적인 여행’을 펴냈는데 슬럼독 덕에 베스트셀러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스토퍼는 “오랫동안 이 지역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이 있어 왔다. 하지만 이런 호기심을 다음 단계로 올리는 데는 큰 한방이 필요하다. 이제 무대가 만들어 진 셈”이라고 말한다.
할리웃은 슬럼독이 관객들의 관심을 높임에 따라 인도를 주제로 한 영화와 동서 합작에 더 관심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고 인도 태생의 미국 소설가이자 최근 발간된 ‘환상의 궁전’의 저자인 치트라 바네르지 다바카루니는 말한다. 그녀는 “픽션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넌픽션의 사실들이 사라져도 그 영향은 오래도록 남는다”고 말한다.
발리웃과 할리웃의 결합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호주의 가수인 카일리 미노구는 인도의 수퍼스타인 아크샤이 쿠마르와 함께 출연한 ‘블루’를 통해 발리웃에 데뷔하며 라만이 작곡한 사운드 트랙 2곡을 부르기도 했다. 실베스타 스텔론은 할리웃이 만드는 영화 ‘놀라운 사랑’에 쿠마르와 공동 주연을 하고 있으며 워너 브라더스 역시 쿠마르 주연으로 할리웃이 세계 시장을 겨냥 해 만든 발리웃 스타일의 무술영화 ‘중국으로 간 찬드리 초우크’를 개봉했다. ‘슬럼독’으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한 대니 보일은 수상 후 무대 뒤 기자회견에서 이런 현상을 빗대 “세상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순수한 발리웃 영화가 멀티플렉스에 내걸릴 것으로 성급히 기대하지는 말라. 이 장르는 대부분 미국인들의 취향은 아니다. 섹스는 물론 키스 장면도 없다. 춤과 노래가 대부분이다. 5년 전 제인 오스틴 소설의 발리웃 버전으로 제작돼 미국에서 개봉된 ‘오만과 편견’은 흥행에서 참패했다.
‘슬럼독’은 발리웃적인 영화가 아니다. 음악도 거의 없다. 이 영화는 영국인이 감독하고 영국태생 인도인이 주연을 한 영국제작 영화이며 스토리도 디킨슨 소설에서 따왔다. 또 아카데미상을 휩쓴 첫 인도 관련 영화도 아니다. 역시 영국 배우와 영국 제작진에 의해 만들어진 ‘간디’가 지난 1982년 8개의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문화적인 여파가 거의 없었다.
이와 달리 ‘슬럼독’은 남아시아 인들의 이름과 얼굴, 그리고 액센트가 점점 더 익숙해지는 가운데 미국인들의 의식 속에 들어왔다. 요즘 인도 출신 의사를 주치의로 둔 미국인들이 대단히 많다. 신경정신과 전문의이자 CNN의 의학 전문기자인 산제이 굽타는 공중보건국장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 박스오피스 분석가인 기테시 판드야는 “오랫동안 미국 병원 드라마에 인도인 의사가 등장하는 않는 것에 인도인들이 불만을 나타냈다. 이런 설정은 비현실적이다. 그러다 드라마 ‘ER’에 영국출신 인도 여배우인 파민더 나그라가 캐스팅 됐을 때 모두가 이를 환영했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2세들이 좀 더 많이 TV에 등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계에서는 루이지애나 주지사인 바비 진달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연설의 반박 연설자로 나섰던 진달은 주정부 차원 공직에 오른, 또 TV를 통해 전국 연설을 한 최초의 인도계 미국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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