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의 성분 때문인가? 혹은 나치닥터 멩겔레의 실험 때문?
브라질 남부 칸디도 고도이는 독일계 이민들이 모여 사는 농촌 마을이다. 주민 6,700명중 80%가 독일계로 1차 대전이후 이주하기 시작했다. 마을입구 표지판엔 이렇게 써있다 : ‘가든 시티 그리고 랜드 오브 트윈스’ - 세계적으로 유명한 쌍둥이 마을이다. 언덕 위 자기 집에서 샘물로 직접 연결된 가는 튜브를 통해 나오는 물을 마시던 데를리 그림(19)은 쌍둥이 출산이 이례적으로 높은 것은 이 샘물 속에 포함된 신비한 광물질 때문이라고 믿는다. 자신도 쌍둥이인 그는 “유전학만으론 다 설명하기가 힘들거든요”라고 덧붙인다. 아마 유전학자들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1.25평방 마일 내 살고있는 80가구 중 쌍둥이가 38쌍이나 되는 현상의 원인에 대해선 그들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브라질 독일계 이민촌 80가구에 쌍둥이 38쌍
‘우량인종 실험’ 악명높던 멩겔레 수차례 방문
풀리지 않는 쌍둥이 미스터리는 벌써 수십년째 계속되면서 관련 서적이 출판되고 유전학자들의 조사가 줄을 잇는 등 국제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주민들은 물의 성분 이론 증명 등 원인 분석을 서두르지 않는다. ‘세계의 쌍둥이 수도’로 몰려드는 미디어를 위해 포즈를 취해주거나 덩달아 찾아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마케팅하기만도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가들은 ‘죽음의 천사’로 악명 높은 나치 의사 조세프 멩겔레가 관련된 어두운 가능성을 제기한다. 브라질에서 수의사로 위장한 채 살다가 지난 1979년 사망한 멩겔레가 1960년대 이 지역을 여러 차례 왔었다는 주민들의 증언에 의거해서다. 1960년대는 바로 쌍둥이 출산이 폭증한 시기다. 지난해 출판된 관련서적에서 저자인 아르헨티나의 언론인 호르게 카마라사는 멩겔레가 이 지역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의 결과, 쌍둥이 출생률이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쌍둥이를 출산한 여성들은 대부분 금발과 푸른 눈의 전형적 백인이었다. 새로운 종류의 약과 조제품을 복용케 하거나 멩겔레가 나치시절 소와 인간에게 실험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공수정법을 썼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멩겔레는 우수한 아리안 종족 번식을 위해 아유스비츠 수용소에서 쌍둥이에 관한 치명적 실험을 했던 것으로 악명 높다. 그러나 카마라사도, 또 다른 멩겔레 관련설도 나치 전범의사가 이곳의 쌍둥이 출산과 관계있다는 것을 증명하지는 못했다.
“멩겔레 관련설 주장은 책을 팔기위한 상술일 뿐”이라고 이 지역 박물관을 운영하는 역사학자로 그 자신도 쌍둥이인 파울로 사우티에르는 주장한다. “멩겔레가 쌍둥이 현상을 연구한 것은 독일에서지 이곳이 아닙니다”
쌍둥이 현상은 칸디도 고도이 중에서도 특히 초기 이주자 300명의 정착지인 사오 페드로에 집중되어 있다. 1918년 정착한 8가구 중 하나인 그림 일가가 집단 거주하는 곳으로 사우티에르의 어머니도 그림일가에 속해있다. 이들은 비교적 다른 주민들과 고립해서 살고 있는데 이곳에선 아직도 황소가 밭을 갈고 주민들은 서로 독일 사투리를 사용한다.
높은 쌍둥이 출산율이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부터다. 주민들은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미디어를 꺼리지 않고 오히려 십분 활용하고 있다. 2년에 한번씩 쌍둥이 파티를 개최하는가 하면 이란성 쌍둥이를 양 팔에 하나씩 안고있는 여성 조각상을 세우고 주위에 특수조명으로 아름답게 밝힌 “출산의 샘물”까지 설치해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도 한다.
이곳의 대부분 쌍둥이들처럼 파비안과 타티안 그림 자매도 아기 때부터 외지에서 온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해 왔다. 기자들이 예고없이 찾아와도 헛간에서 일하다말고 급히 목욕한 후 카메라 앞에 서준다. 이들 가족 내 쌍둥이는 무려 5쌍이나 되는데 결혼은 사촌, 6촌, 8촌 등 친척끼리 하는 것이 보통이다.
칸디도 고도이의 전 시장으로 의사인 아넨시르 플로레스 다 실바도 쌍둥이 현상에 매료되어 2007년 출판된 관련서적 집필을 도왔는데 그는 멩겔레 연관설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곳엔 나치 출신이 많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그 과거를 두려워하기 때문에 모두 입을 다물고 있지요” 주민들은 이곳 독일계 커뮤니티가 “맹겔레 같은 전범” 연관되어지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한다.
유전학자들은 유전자적 고립과 근친결혼 등을 원인으로 추측한다. 그러나 쌍둥이의 유전적 경향은 일란성인데 비해 이곳 쌍둥이들은 이란성이 훨씬 더 많다. 이란성은 인종, 산모의 나이, 가족사등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여성들이 특별히 피임약이나 임신촉진제를 사용한 증거도 없다.
이렇게 추측만 무성할 뿐 쌍둥이 출산의 미스터리는 그대로 남아있다.
역사학자 사우티에르는 아마도 샘물 속의 광물질 성분일 듯싶다고 말한다. 몇년전 이지역이 지하수 공사를 했는데 그후 쌍둥이 출산율이 줄었다는 것. 그러나 확실하게 알려면 물 성분 테스트를 해야 하는데 비용이 높을뿐더러 뚜렷이 내세울 리서치의 명분도 마땅치 않다. 또 아무도 서둘러 원인을 규명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화제의 대상도 되고, 관광수입도 올려주는 ‘쌍둥이 미스터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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