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의 칠순잔치 부조 고맙다며
후배가 사골 세트를 사왔다
도막난 뼈에서 기름 발라내고
하루 반나절을 내리 고았으나
틉틉한 국물이 우러나지 않아
단골 정육점에 물어보니
물어보나마나 암소란다
새끼 몇 배 낳아 젖 빨리다보니
몸피는 밭아 야위고 육질은 질겨져
고기 값이 황소 절반밖에 안 되고
뼈도 구멍이 숭숭 뚫려 우러날 게 없단다
그랬구나
평생 장승처럼 눕지도 않고 피붙이 지켜온 어머니
저렇듯 온존하게 한 생을
나 식빵 속처럼 파먹고 살아온 거였구나
그 불면의 충혈된 동공까지도 나 쪼아먹고 살았구나
뼛속까지 갉아먹고도 모자라
한 방울 수액까지 짜내 목축이며 살아왔구나
희멀건 국물,
엄마의 뿌연 눈물이었구나
손 세실리아(1963~) ‘곰국 끓이던 날’전문
인간이란 생명으로 잉태되는 순간부터 끔찍할 정도로 이기적이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므로 태아는 모체로부터 인정사정없이 양분을 갈취한다. 태아에게 칼슘을 빼앗긴 엄마의 뼈는 자연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자칫 골다공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이때의 뼈는 조그만 충격에도 쉽게 부서진다. 이런 뼈에서 무슨 진국이 우러날 것인가. 암소의 뼈를 통해서 어머니를 돌아보는 마음에 공감한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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