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지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밀집한 세계의 금융중심지인 뉴욕의 월스트리트가 금융위기로 그 모습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바뀔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만 해도 금융위기에도 금융중심지로의 월가의 위상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던 뉴욕시가 대형 금융회사 중심이던 월가에 신생 금융회사나 비금융부문 회사들을 끌어들이는 구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시의 로버트 리버 경제개발 담당 부시장은 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가 몰락하며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몇주 뒤에도 월가가 세계 금융 수도로서 위상을 예상보다 훨씬 빨리 회복할 것이라고 예상했었으나 지난주에는 이와 전혀 다른 평가와 구상을 내놓았다.
리버 부시장은 금융위기로 사라진 금융부문의 일자리가 향후 몇년간 또는 영원히 회복되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월가의 모습과 관련해 전에 있던 것을 재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인정하고 금융부문과 비금융 부문에서 다양화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금융위기로 월가에 대한 생각이 불과 몇 달 만에 크게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작년 초만해도 런던의 금융산업 부상에 따른 세계 금융 수도로서의 뉴욕의 위상을 걱정하던 뉴욕시 관계자들은 지금은 세수의 3분1 가량을 차지하던 월가의 몰락으로 뉴욕시 경제에 생긴 커다란 구멍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를 걱정하고 있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월가의 모습에 관해 전과는 전혀 다른 접근법을 내비쳤다.
블룸버그 시장은 4년전만 해도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인근에 건설하는 빌딩에 골드만삭스 본사 유치를 위해 1억달러에 달하는 혜택을 제시했고, 이 건물은 비행기 격납고 만한 크기의 공간을 만들어 수백명의 거래자들이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됐었다.
그러나 블룸버그 시장은 지난주에는 이런 당초 구상과는 달리 앞으로 커 나갈 수 있는 신생 회사들의 유치를 통한 회생이라는 달라진 생각을 내놓았다.
뉴욕시는 이 건물에 자본주의의 카지노에서 패한 대형 금융회사 대신 실리콘밸리 방식으로 신생 업체들이 이곳에 입주토록 할 방침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이를 위해 시는 4천500만달러를 지원해 격납고 크기의 공간 대신 자동차 주차장 크기의 작은 사무실들을 만들어 공금융부문과 다른 분야에서 유망한 새로운 사업체들의 양성소를 제공할 계획이다.
대형 회사들의 단체인 ‘뉴욕시를 위한 파트너십’의 케이스린 와일드 회장은 이는 시의 공공 정책의 근본전인 전환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경제성장의 기둥이었던 대형 회사들이 위축될 것이 확실해 지는데 따라 이런 구상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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