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서 주문급감 타격… 모국방문 계획 한인은 미리 송금도
식품 수입업계 오히려 가격인하 압력에 난감
달러 대비 원화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면서 LA 한인 경제계에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유학생 등 단기체류자와 한미간 무역업에 종사하는 한인들은 최근 환율이 폭등하면서 큰 혼란에 빠진 상태다. 환율 폭등으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는 미국에서 한국으로 각종 상품을 수출하는 무역업 종사자들이다. 환율이 갑자기 오르며 미국산 제품에 대한 한국 내 소비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것. 소비가 줄어들며 신규 주문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주문까지 취소하는 경우가 많아 수출업자들을 애태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 20일(한국시간) 1,506원으로 마감하는 등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연합>
한국으로 미국산 의류를 수출하고 있는 한인 A모씨는 “한국 측 바이어들이 환율 급등으로 주문량을 크게 줄인 상태”라며 “이미 주문받은 물량에 대해서도 발송을 늦춰달라며 대금지급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율이 1,000원 초반에 머물렀던 지난해 거래물량이 늘어나 도매 거래선을 늘리는데 투자를 많이 했다”고 밝히고 “갑자기 주문이 줄어들어 늘어난 거래선을 계속 유지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환율이 오르며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되는 수입업자들도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다. 환율 변동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지만 고객들이 환율 변동으로 인한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난감한 입장이다.
식품 수입업에 종사하는 한인 B모씨는 “환율 상승으로 한국내 식품 원자재 값이 크게 올라 수출 단가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하고 “사실상 수입업자들은 환율로 인한 이익이 거의 없는 실정인데 환차익이 클 것이라는 추측 때문에 판매가격 인하 압박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한국에서 생활비와 학비를 지원받아야 하는 유학생들의 어려움은 유학 포기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교육부에 의하면 2007년에 35만명의 한국 학생들이 해외로 나가 미국의 경우 유학생 수에 있어 인구가 훨씬 많은 중국을 능가하며 최다 유학생 그룹에 속할 정도로 원화 강세는 해외유학 붐을 조성했지만 최근 원화 가치 급락과 함께 해외 유학 버블이 꺼지고 있다. 1달러당 평균 900원대에 머물던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하며 항공료와 수업료 및 기숙사 비용 등이 몇 달 새에 50% 정도 상승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석·박사학위 취득을 위해 유학을 계획 중인 학생들은 일정을 잠시 연기하거나 학비가 싼 다른 지역으로 목적지를 변경하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지난해 15만여명에 달했던 어학연수 등 단기 연수생들의 경우 30~4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한국행 여행을 계획 중인 한인들은 환율 급등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올 여름 한국행을 계획 중인 일부 한인들은 미리 여행자금을 한국 내 계좌로 송금해 놓는 트렌드도 형성되고 있다. 삼호관광 최재완 부장은 “여행업계 특성상 환율 폭등으로 인한 즉각적인 반응은 크지 않은 편”이라며 “하지만 한국행 여행길에 오르는 고객들이 환율이 크게 오르며 부담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심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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