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고발된 스탠퍼드 파이낸셜 그룹 금융사기의 규모와 파장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SEC는 지난 17일 스탠퍼드 파이낸셜 그룹의 로버트 앨런 스탠퍼드 회장 및 직원들, 스탠퍼드 인터내셔널 뱅크(SIB) 산하 은행 등을 비현실적인 고수익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에게 80억달러 규모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판매한 혐의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EC는 스탠퍼드 산하 은행들에 대한 계좌를 동결시켰으며, 미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당국은 휴스턴 소재 스탠퍼드 본사와 마이애미 소재 사무실을 방문해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스탠퍼드 그룹은 상류층의 투자자들만을 대상으로 온갖 거짓말을 동원해 사기행각을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스탠퍼드 그룹은 1993~1995년 투자자들에게 매년 두자릿수의 수익률을 보장하겠다고 장담했지만, 1994년 이래 실제 연 수익률을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스탠퍼드 그룹은 20명 이상의 애널리스트들을 보유한 70년 전통의 금융회사라고 광고했지만, 실제 자산 관리자는 스탠퍼드 자신과 그의 대학 룸메이트인 제임스 데이비드 둘뿐이었으며 1980년대 이전에 은행이 존재했다는 기록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스탠퍼드가 마약 밀매조직을 위한 자금 세탁에도 연루돼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미 ABC 뉴스가 익명의 수사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멕시코 당국은 작년부터 스탠퍼드의 개인 비행기를 압류해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이 비행기에서 멕시코 최대 마약조직인 ‘걸프 카르텔’과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수표들이 발견됐다.
스탠퍼드 그룹이 메이도프 폰지 사기와도 연관됐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SEC는 스탠퍼드와 데이비드 두 사람만이 투자처를 알고 있다고 밝혔다. 스탠퍼드의 소재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같은 전모가 밝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탠퍼드 그룹은 이번 조사는 정기적인 조사의 일환일 뿐이라며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법원에는 스탠퍼드 그룹에 대한 고소장이 쏟아지고 있다. 분노와 걱정에 휩싸인 중남미의 투자자들은 스탠퍼드 은행 지점에 몰려들어 예금 인출을 요구했지만 자산 동결 조치로 인해 발만 동동 굴리고 있다.
특히 카리브해의 작은 섬 안티과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멕시코 등 남미의 투자금을 끌어 모으는 기지 역할을 한 곳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는 자국에서 SIB에 투자된 총 금액이 25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한편 앨런 스탠퍼드는 골프 스타 비제이 싱, 축구선수 마이클 오언과 미 정치인들에게 수백만 달러를 후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세인트존스<안티과> AP.로이터=연합뉴스)
abb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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