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야’라는 제목이 붙은
김수환 추기경의 자화상을 보고
껄껄 웃었습니다
세상엔 잘난 인간 잘난 물건 천지인데
예수를 따르시는 당신은
‘바보예수’처럼
바보가 되셨군요
내가 원하는 예수는
사람을 바보로 이끄는
바보예수 보다는
세상에 힘이 되는
현명하고 똑똑한 예수님
그런데 큰 제자이신 당신은
정말 바보 예수처럼
정말 바보가 되셨군요
나를 보세요
내 그림자만 밟고
거룩한 척 걸으며
주님의 불벼락이 떨어져도
먼 산만 바라보는
세상일에 길이 잘든 짐승입니다
바보가 되기 싫어
차라리 짐승으로 살아가는
이 바보는
당신과는 너무 다른 바보입니다.
변재무‘바보야’전문
변재무시인은 ‘바보야’라는 김수환 추기경의 자화상을 보고 자신은 어떤 바보인가 생각해 본다. 신의 아들인 예수의 바보 같은 행적을, 또한 그러한 그의 삶에 빠져 든 큰 제자인 김수환 추기경의 바보의 삶을 보는 것이다. 결국엔 화자는 세상의 눈으로만 봐 왔던 이들의 행적을 향해 “이 바보는 당신과 너무 다른 바보였습니다”고 무릎을 꿇는다. 오늘 우리 곁을 떠나시는 김수환 추기경님은 정말 바보가 누구인가를 알게 하셨다. 그 앞에“나야말로 바보였습니다”라 고백할 수밖에 없다.
문인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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