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면 강물은 제 하고 싶은 말을 점자로 밀어 올린다 오늘은 물속이 흐리다고 물고기들 눈빛도 커튼을 친 양 흔들리고 있다고 오늘은 땅과 물의 경계가 없어졌으니 강물에서 죽은 이들이 발도 없이 걸어나갔다고 뉘 집에선지 전 부치는 냄새가 발을 달고 건너온다고 출출하다고
문성해 (1963~) ‘강물 위의 독서’ 전문
강물 위에 빗방울 떨어지고, 작게 파문 지는 물무늬를 점자로 읽고 있다. 물론 여기에서 점자라는 것은 시인의 눈에만 읽히는 글자가 분명하고, 시인의 생각하는 대로 써서 보여주는 글자다. 빗물이 섞이면서 더욱 속내를 알 수 없게 된 강물, 상상력은 그만큼 풍부해진다. 익사자를 내지 않은 강이란 세상에는 없을 터, 마침 전 부치는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으니 물에 빠져 죽은 이들도 그 냄새에 끌려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왔을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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