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좋아 삭힌 거고 숙성이지 결국은 조금 상한 것 아니겠는가
시들어 꽃답고 늙어 사람답고 막다른 골목이 길답고
깨어 헛것일 때 꿈답던 꿈
우리의 한 시절은 모두 비非철에 이루어진다
냉동실에 안치된 채 구천을 떠돌고 있는 박봉규씨만 봐도 그렇다
노점공구상 그가 폭력적인 단속에 항의하다 분신, 목숨을 잃자
사람들은 그를 열사라 불렀다 우리 모두 열사가 될 수 있는 시대
그는 추리소설의 시작처럼 죽었고 덕분에 살아남은 우리들이 판을 쳤다
어둠아, 사람만큼 상한 영혼을 가진 물건이 어딨더냐
죽을똥 살똥 살아도 허구헌 날, 그날이 그날인 사람아
신정민 ‘홍어’ 전문
누구는 골프채를 휘두르고, 누구는 화염병을 휘두르고, 또 누구는 그에 맞서 방패를 휘두르지만, 결론은 하나 같이 홍어처럼 부패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썩는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사람만큼 상한 영혼을 가진 물건”은 세상에 없으니까. 사람들은 자신들이 홍어처럼 썩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죽을똥 살똥” 썩는 중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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