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 공구통 같은 마을버스 흔들며 떠날 때
취한 사내 하나 술병처럼 사람들에 부딪혀 넘어진다
정류소 표지판을 잡고 비뚤어진 그림자 일으켜도
사내의 월요일은 쉽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서른 이후 생활이 둥글게 깎이지 않는다고
생밤에 난 칼자국을 문지르며 후배는 말했다
월요일을 잃은 세탁소의 옷들
자정까지 월요일을 기다리다 그는 셔터를 내릴 것이다
그 길에서 그대들, 앞서가는 과거를 보았다면
혹은 그대 뒤처져 오는 미래를 보았다면
슬픔을 씨앗처럼 붓대에 숨기고 돌아가 쓸 것이다
천천히 열린 문이 벽을 짚고 멈출 때 문득
가장 쓸쓸한 것은 집으로 가는 길
박지웅 (1969~) ‘오래된 귀가’ 전문
세탁소의 맡겼던 양복을 입고 월요일이면 출근해야 하는 남자는 직업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술 취한 모습으로 버스 표지판을 붙들고 비틀거리는 가장. 실직자에게 있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길이 될 것이다. 과거가 앞서가기도 하고 미래가 뒤처져 오기도 하는, 꿈도 없이 뒤죽박죽으로 엉켜버린 길처럼 험한 것도 없을 것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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