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비즈니스가 불황과 신용 경색으로 신음하고 있다. 호텔 수입은 크게 줄고 호황 때 계획했던 대규모 프로젝트는 공사가 중단되거나 아예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고급 호텔 소유주들의 현재 고민은 얼마나 값을 내려야 손님도 채우고 급이 떨어졌다는 소리도 듣지 않느냐 하는 것이다.
기업 경비 절감으로 중급 호텔로 손님 몰려
미 전역 대규모 프로젝트 공사 줄줄이 중단
맨해턴 버킹검 호텔의 매니저인 리사 그로스버그는 “이처럼 급격히 손님이 줄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아마 없었을 것”이라며 “작년 가을 손님들이 요금에 더 신경을 쓰고 회사가 요금 재협상을 하자고 하더니 12월 중순 들어서는 아예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호텔 비즈니스 연구소인 스미스 트래블 리서치 조사를 보면 얼마나 상황이 심각한 지 알 수 있다. 1월 11일부터 17일 사이 미국 호텔의 평균 방당 수입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4%가 줄었다. 투숙률은 12.9%, 가격은 4%가 하락했다. 고급 호텔의 경우는 더 하다. 1월 첫 주 투숙률은 24.4%, 요금은 8.9% 내려갔다.
고급 호텔에 타격을 주고 있는 요인은 고급 백화점이나 개인 제트기 시장의 경우와 같다. 주가 폭락으로 가난해진 부유층들이 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고급 호텔들은 비즈니스 투숙객이나 기업 회의, 외국 손님에 크게 의존하는데 이들 모두가 줄었다. 보스턴의 고급 호텔 리버티의 매니저인 짐 트레드웨이는 “솔직하게 말해 모든 호텔 손님이 줄었다”고 말했다.
수입은 올려야 하지만 가장 싼 호텔을 제외하고는 가격을 내리는 것은 꺼려한다. 호황이 와도 손님들이 싼 가격을 요구할까봐 겁이 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원하는 바는 아니지만 호텔 가격이 대폭 내려가고 있다”고 트레드웨이는 말한다.
고급 호텔들은 많은 회사가 경비 절감에 나서고 있어 비즈니스 손님이 줄어들 것을 무엇보다 우려하고 있다. 전에는 5스타 호텔에 머물던 비즈니스 손님들이 이제는 셰라턴이나 힐튼 같은 4스타급에 묵고 있다. 4성급 호텔들이 가격을 낮추고 있기 때문이다.
트레드웨이는 “전에 270달러씩 받던 호텔들이 지금은 140달러로 가격을 낮추고 있다”며 “우리는 급이 내려갈 정도로 값을 내리고 싶지 않다. 그러다 1년 후 더 이상 고급 호텔이 아니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외국 고급 호텔들도 가격을 내린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값을 낮춘 패키지를 팔고 있다. 트레드웨이는 “이틀 자면 다음 날 하루는 공짜라는 선전은 장기 투숙객에게 혜택을 주는 것 같지만 사실상 요금을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 호텔들은 발레 파킹과 인터넷 서비스, 스파 사용 등 따로 차지하던 것들을 요금에 포함시켜 주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구내식당에서의 점심과 저녁도 무료로 주고 있다.
모든 가격대 호텔들이 명성에 손상을 주지 않으면서 요금을 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급 호텔들은 무료 아침 식단에서 과일 수를 줄이고 있으며 고급 호텔들은 종업원 수와 꽃, 화장실 용품 비용 삭감을 계획하고 있다.
리츠 칼튼 등을 소유한 매리엇 체인의 총책임자인 J.W. 매리엇 주니어는 “손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경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며 “에너지 경비도 줄이고 로비의 꽃도 매일 갈 필요가 없는 식물로 교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버킹검 호텔의 그로스버그는 “손님들에게 직원을 줄였다는 인상을 주지 않으면서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기존 호텔들이 불황으로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수년 전 계획을 마치고 공사 중인 호텔 프로젝트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미스 트래블 연구소에 따르면 26대 시장에서 20008년 말 현재 건설 중인 호텔 방 수는 전년에 비해 19.7% 줄어들었다.
라스베가스의 48억달러짜리 에슐롱 레조트를 비롯, 미전역에 걸쳐 한참 진행 중인 공사도 더 좋은 시절을 기다리며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올 미국 내 호텔 투자 액수는 37억달러로 추산되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30%가 감소한 숫자라고 뉴욕대 비요른 한슨 교수는 말했다.
스타웃 호텔 그룹의 새 호텔 체인인 어로프트는 경기가 나빠지기 시작한 지난 여름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 체인의 수석 부사장인 브라이언 맥기네스는 어로프트가 매리엇 코트야드나 힐튼 가든인이 겨냥하고 있는 젊은 프로페셔널을 위한 3 스타급 호텔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문을 열 예정인 20개 호텔 중 일부는 개관이 늦어지고 있지만 이미 문을 연 17개 호텔은 잘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이유의 하나는 고급 호텔에 가려던 사람들이 한 등급 낮춰 이 호텔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기 불황이 오히려 호재가 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작년 말 호텔 비즈니스가 내려갈 때 대부분 회사 출장국은 올 비즈니스 손님 요금을 낮춰 계약했다. 온라인 여행사인 치프오에어 닷 컴사의 샘 제인은 “중간급에서 싼 호텔에 이르기까지 숙박업소들이 요금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급 호텔들도 값을 내리려고는 하지만 온라인 업체에게 많은 방을 배정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로스버그는 9.11 테러가 나기 3개월 전인 2001년 6월 경제가 힘들 때 버킹검 호텔 경영을 맡았다. 그 때도 한 때 여행객이 급감했었다. 그녀는 “이번은 경기 하강이 아주 심하다. 어느 한 분야나 한 지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며 전과는 다르다. 언제가 바닥인지 모르겠다. 지금은 적자생존의 시대”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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