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이 내놓은 ‘2009 미국의 회복과 재투자 법안(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 of 2009)’으로 알려진 경기부양법안이 찬성 244표, 반대 188표로 미 하원을 통과했다.
미국 의회 사상 최대 규모인 8,190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이기에 오바마 대통령은 유례없을 정도로 공화당에 대한 설득을 시도했으나 공화당의 표는 결국 한 표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 중순 발효를 목표로 잡고 하원을 통과한 이 법안은 민주당이 다수인 상원에서도 역시 통과가 유력해 보인다. 오히려 상원에서는 8,880억 달러에 달하는 경기부양책이 제기되기도 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다고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이번 법안을 살펴보면 오바마 대통령이 앞으로 취할 경제정책 혹은 무역정책기조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이번 경기부양법안에는 지난 1933년 대공황 당시에 제정된 이른바 ‘바이 아메리칸’ 규정이 확대 적용되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미국 경기의 회복을 위한 ‘바이 아메리칸’이 몇 가지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우선 미국 내에서 소요되는 철강 중 20-25%를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자체적인 철강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데 문제가 있다. 만약 미국 제품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이라면 비싸도 미국 제품만을 써야 하기에 철강가격 상승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그렇다면 경기부양 정책에 소요되는 비용은 재 상승될 터이고 재정부담은 더 가중될 터인데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되지 않았다.
둘째, 보호주의 무역으로 미국의 무역관계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 29일 유럽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은 ‘바이 아메리칸’ 조항이 최종 법안에 포함된다면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또한 유럽의 철강업체 연합인 Eurofer는 이 조항이 WTO 규정을 명백히 어기고 있다며 EU 차원의 대응을 촉구하기도 했다. 캐나다에서도 미국의 경기부양법안의 모순에 대해 지적한바 있다.
셋째, 보호주의 무역으로 발생할 국제적 무역마찰로 인한 미국 내 수출업체들의 반발이다.
국제무역에 활발한 GE, Caterpillar 등의 업체 및 단체들이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도 오바마 대통령의 지도력으로 연결될 것이다.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총회에서 미국이 앞장서 보호주의 무역정책을 자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는데 전임대통령의 공식 발언을 후임대통령이 번복하면서 과연 국제사회의 비난을 어떻게 피해갈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이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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