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검은 새 한 마리 나뭇가지에 앉아
막막한 소리로 거듭 울어대면
어느 틈에 비슷한 새 한 마리 날아와
시치미 떼고 옆 가지에 앉았다.
가까이서 날개로 바람도 만들었다.
아직도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그 새가 언제부턴가 오지 않는다.
아무리 이름 불러도 보이지 않는다.
한적하고 가문 밤에는 잠꼬대 되어
같은 가지에서 자기 새를 찾는 새.
방 안 가득 무거운 편견이 가라앉고
멀리 이끼 낀 기적소리가 낯설게
밤과 밤 사이를 뚫다가 사라진다.
가로등이 하나씩 꺼지는 게 보인다.
부서진 마음도 보도에 굴러다닌다.
이름까지 감추고 모두 혼자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
마종기(1939~) ‘이름 부르기’ 전문
짝을 찾는 새를 볼 때마다 이 시를 떠올린다. 그리운 사람을 곁에다 두고도 먼 데다 대고 누군가를 불렀던 적은 없었는지. 혹은 같은 나뭇가지에 앉아서도 그가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귀먹은 듯 살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사람들은 점점 외로운 새들이 되어간다. 혼자서 골똘한 새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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