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머리 쪽을 지배하는 뇌신경은 모두 12개가 있는데 그 중 5번째 신경이 삼차신경입니다. 삼차신경은 감각 및 운동신경으로 된 혼합신경이며, 이 신경의 역할은 안면, 구강, 코 점막, 혀의 촉각 등을 담당하며, 각막 및 결막 반사를 지배하고, 저작근(씹을 때 사용하는 근육)의 운동과 아래턱의 운동을 담당합니다. 그리고 눈물 및 침샘에서의 분비작용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삼차신경은 가는 운동지와 굵은 지각지로 되어 있으며 이 지각지는 두 개를 나오는 곳에서 3개의 가지로 갈라집니다. 삼차신경통은 주로 제2, 제3 가지에서 발생하며 간혹 제1 가지에서 나타나기도 합니다. 삼차신경통의 임상적 진단기준은 수초에서 2분 이내의 안면통이 있으며 통증이 삼차신경의 한 개 이상의 가지에 국한되어 발생하며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없어야 합니다. 40세 이상의 중년과 노년에서 자주 나타나고 여성이 남성보다 약간 더 발생률이 높으며 대다수에 있어서는 단측성으로 나타나지만 양측성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신경통은 전격성으로 오는데 통증이 격렬하여 참기 어려울 정도이고 발작이 멈추었을 때는 동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반복되는 이 고통을 참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유사한 질환으로는 삼차신경의 제1 가지 쪽에 흔한 대상포진 후의 신경통, 1년에 한두 차례 주기적으로 오는 군발성 두통, 뇌 안의 설인신경 부위가 압박을 받아서 생기는 통증으로 주로 편도선이나 인두부, 혀 안쪽 부위, 귀의 깊숙한 곳 등에 나타나는 설인신경통, 위턱과 아래턱 관절에 생기는 악관절증, 뚜렷한 이유가 없이 나타나는 비정형안면통 등이 있어 구별이 요구됩니다.
주로 임상에서 보이는 삼차신경통은 이 비정형 안면통의 양상을 가지고 있는 경우인데 뚜렷한 이유 없이 예민한 여성 환자들에게서 많이 나타납니다. 치료는 약물투여, 미세혈관 감압술과 경피적 삼차신경 고주파 응고술, 신경차단 수술법, 신경 마취주사 등이 있습니다.
삼차신경통의 통증은 너무나 격심하기 때문에 보통 진통제로는 진통이 되지 않고 항 경련약 같은 강한 약을 사용해야만 통증이 완화되는데 계속 복용하면 나중에는 듣지 않게 됩니다. 약물을 복용하면 약 70%의 환자에서 통증을 억제시키지만 부작용으로 어지러움, 구역질, 설사, 두드러기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간과 조혈세포의 억제를 동반하므로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하면서 투여해야 합니다.
삼차신경통은 한의학적으로 두통, 두풍, 면통, 편두통, 편두풍의 범주에 속합니다. 한방에서의 원인을 분류해 보면 얼굴이 당기는 듯한 극렬한 통증이 있으며 칼로 베이는 듯한 느낌이 있는 풍한외침, 얼굴이 뜨겁고 터질 것 같은 느낌이 있고 때때로 가래가 생기며 찬 것을 대주면 좋아하는 담화상공, 정지로 인한 내상이나 간의 소설기능이 떨어져 울체되어 화로 변하여 발생하는 간담풍화, 기혈이 저체되어 경락을 막아 통증을 유발하는 기체혈어, 지속적인 얼굴의 통증이 있고 뺨이 붉고 번열, 불면, 건망증 등의 증상을 동반하는 음허양항 등이 있습니다.
각각의 원인에 따라 갈근탕, 청상견통탕, 오적산, 소시호탕, 시함탕 등을 응용하여 투여하고 일주일에 2~3회 정기적으로 침 치료를 하면 뚜렷하게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민간요법으로는 엄나무 껍질인 해동피 12g을 200ml 물에 달여 하루 3번 먹으면 도움이 되고 유근피라 불리는 느릅나무 껍질도 진통작용이 있습니다. 심한 운동이나 과음은 통증을 악화시키고 대개 더운찜질은 통증을 완화시킵니다. 삼차신경통의 극심한 발작시기의 통증을 침치료와 한약치료로 바로 완화시키기는 어렵지만 고질적이고 만성적인 통증은 안면부와 두부의 기혈순환을 개선하여 점차적으로 신경을 자극하는 근육, 인대, 혈관의 긴장을 풀어서 순차적인 치료를 해나갑니다.
조선혜
<한의학 박사>
(213)270-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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