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검은 입 벌린 채 눈 감았다
나는 아버지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진달래꽃보다 늦게 병원에 도착한 나는 아버지 다리가 녹슨 레일처럼 구부러지지 않게 두 팔로 힘껏 무릎을 눌렀다
막장은 벽만 있을 뿐, 바닥이 없었다
발밑을 파내려가도 눈앞엔 검은 벽, 바닥은 어느새 궁륭이 되었다
아버지는 앞만 보고 살았지만, 언제나 뒤가 무너졌다
나는 페치카 옆의 카나리아, 연탄가스를 마시며 놀았다
구멍보다 틈이 무섭다는 것을 나는 안다
죽음의 生家가 텅 비어있다
박후기(1967~)‘폐광’전문
막장은 아버지의 생을 의미한다. 아버지의 몸이기도 하다. 바닥이라고는 나오지 않던, 벽밖에 없는 막장은 계속적이고 지속적인 노동만을 강요한다. 언제나 뒤가 무너지던 막장이어서 아버지의 생은 늘 막막했고 허둥지둥할 수밖에 없다. 아들에게 연탄가스나 마시게 하던, 가난했던 아버지는 마침내 죽음으로 폐광신고를 한다. 더는 아무것도 생산해 수 없는 아버지의 몸, 그 검은 입이야말로 폐광입구가 되는 것이다.
한혜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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