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가 탄생했다. 그의 취임은 소수계 첫 대통령이란 점에서 코리안 아메리칸 커뮤니티에도 큰 의미가 있는 역사적 순간이며 많은 기대를 갖게 한다.
한미관계에 있어서도 양국 대통령의 임기가 일치하는 향후 4년은 동맹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산적한 현안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한미 간에는 북한 핵문제와 자유 무역협정이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우선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은 부시후기의 정책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국무부 아태 담당 차관보 내정자인 커트 켐블,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 내정자인 제프 베이더등 클린턴 시절에 아시아 정책을 담당했던 인사들이 새 행정부의 주요 포스트에 포진하고 있고 부시의 후기 대북정책이 클린턴 정부와 큰 차이가 없었음을 고려할 때 정책적 연속성을 예측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부시 후반기에 비해 양자협상을 강조하면서도 좀 더 강경해질 수 있다. 부시와 달리 필요하다면 김정일과도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이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분명히 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특히 ‘불량 국가’와도 협상을 할 수 있지만 대신 채찍과 당근을 분명히 하면서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는 논리는 민주당 외교안보의 대부라 할 수 있는 윌리엄 페리 전 국장방관의 지론인 강압적 외교(coercive diplomacy)의 핵심으로서 새 행정부의 대북정책 가이드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새 행정부는 6자회담의 전체적 틀을 유지하면서 한미일 공조를 강조할 것이다. 대북협상안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던 일본은 물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는 한국도 다독거려야 할 것이다. 전통적 삼각동맹관계를 중시하면서도 중국이 주도적 역할을 해온 다자틀과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아울러 효과적인 정책추진을 위해 조정관 제도가 부활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 안보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아태담당 차관보가 대북 문제를 전담하는 것은 효율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워싱턴 정가의 공통된 견해다. 클린턴 시절의 페리처럼 대통령의 신뢰가 높은 주요인사로 하여금 대북문제를 총괄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에 있어서는 양국 지도자 모두 새 시대에 걸맞는 업그레이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에 있다. 하지만 자유무역협정, 전시작전통제권 이전 등 갈등의 소지가 남아있기도 하다.
한국정부는 국회비준을 통해 자유무역협정안을 빠른 시일 안에 매듭짓는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의회가 올해 안에 비준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특히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미국의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처한 현 상황에서 오바마 행정부가 현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크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 역시 의회 청문회에서 이러한 입장을 확인해 주었다.
결국 전체적인 파이는 유지하되 양국의 정치적 상황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다소의 수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비준이 이루어지려면 2010년 중간선거라는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 올해 말에서 내년 초가 적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으로 볼 때 미국이 안고 있는 산적한 현안(금융위기, 이라크 문제 등) 때문에 한반도 문제가 새 행정부 정책의 우선순위에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전임 정부의 정책을 검토할 시간도 필요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정책이 본 궤도에 오르려면 하반기는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정부는 인내심을 갖고 그때까지 새 행정부와의 정책 공감대를 형성하고 남북관계도 일정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물밑작업을 해야 한다. 8년 전 김대중-부시 행정부 때처럼 성급하게 정상회담을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호적 남북관계를 만드는 데는 북미관계 진전과 동북아 문제에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중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며 장차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미국의 지도자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신기욱
스탠포드 교수 쇼렌스타인 아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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